
어릴적부터 나는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성경을 읽을 때도, 막히거나 모순된 부분이 나오면
쓰레빠를 신은채로 전속력으로 달려가
교회백화점의 주석서를 뒤져보기도 했다.
한번은 나사렛 대학교에서 신학교수님의 특강을 듣기도 했는데,
중학생인 나는 또박또박, 그분이 강의하신 '완전 성결'에 관한 궁금증을
그리고 반례를 들어놓았던 기억도 있다.
아무튼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말씀을
가장 좋아하던 해맑은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이야기들은 다,
먹고 살만하니까 하는 이야기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는
이런 먹고 살만한 미래 우주인들의 이야기다.
우주인들은 우주최고의 컴퓨터 '깊은 사고(deep thought)'를 찾아가 묻는다.
우리가 알고 싶은 생의 의미와 우주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간략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느냐고.
'깊은 사고'는 그것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700만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하고,
우주인들은 이내 700만년을 기다리며 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700만년이 되던 날, 우주인들은 어마어마한 축제를 벌이며
그토록 기다리던 생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기다리지만,
'깊은 사고'가 대답해주던 간단한 답은 바로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 '42' 였다.
컴퓨터는 질문하는 사람이
질문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답을 알려줄 수 있다며,
제대로 된 질문을 설계할 컴퓨터를 다른 우주에
만들어 놓겠다고 약속했고..
주인공들은 이 우주를 찾아 떠나게 된다.
이 영화의 간단한 결론은 그러하다.
우주의 진리를 안다고 해서
그대들이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리탐구란 그저 useless하고
허영기 가득한 유희일 뿐이라며
당신의 머리를 콩 쥐어박는 영화.
무척 재밌고, 발상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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