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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5 07:46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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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고 아침에 비가와서 그런지 더 고단하다. 젖은 모래 주머니 같은 아침이다. 내게 휴가는 늘 놀고싶어서 가는거지, 쉬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었는데. 올 여름엔 한계 같은게 찾아 온 것 같다. 한게 뭐있길래 한계를 이야기하냐면 할말은 없지만.

 

여름 한복판에 작은 공사일 같은걸 하던 날이었을 거다. 그늘에 눕혀진 베니어판 같은데 누워 잠들던 때가 있었는데, 그 면이 시원하고 코로 들어오는 톱밥 냄새 같은 것도 좋았다. 요즘은 그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내일휴가써도되겠니 

 

 

 

 

 

 

 

 


2025.05.11 05:27

남중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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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시 15분쯤 날이 밝아졌다. 텃밭은 주말 아침 일찍 갔다가 사람들이 교회에 가느라 길이 밀리기 전에 돌아온다. 텃밭 덕분에 해뜨는 시간을 확인한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변화도 함께 관찰하게 된다. 해뜨기 전에 한강 에세이를 읽었으니, 이제 출발해야지. 

 

 

 

 

 

 

 


2025.05.02 07:31

희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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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봤던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가 너무 좋았던 걸까. 나는 희곡집을 한권 샀고. 요즘엔 <103개의 모노로그> 같은 독백 모음집을 사서 하루에 한장씩 소리내어 읽어 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건 아니다. 저런건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겨서 자료를 사 보는 정도다. 

 

사실 입을 벌려 글을 읽은지도 오래되었다. 한장을 읽다보면 두세번 정도, 중간중간 혀가 씹히는 곳이 있다. 발성은 그래저래 들어줄만하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게 표현할까. 막연한 답 밖에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 상투적인 높낮이, 연극적인 톤. 아직은 띄어 읽기 정도가 내가 부릴 수 있는 재주의 전부다.  일렬로 늘어선 한글이 갑자기 모스부호처럼 느껴진다. 연기자들은 이 막연한 글자의 행렬 속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찾아간 걸까.

 

교회 학생회 시절. 중학교 1학년부터 3년간은 형들을 제치고 내가 쓴 대본을 가지고 매년 문학의 밤에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두살 많은 효준이형은 A4 이면지에 볼펜으로 쓴 내 대본을 읽으면서 너무 재밌다고 데굴데굴 굴렀는데, 그런 칭찬 속에서 철없이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메소드 연기같은 것을 하기도 하고, 꽤나 몰두하며 콩트 같은 것을 짰다. 당연히 내가 이런 쪽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시절이 자연스레 생각이 난다.

 

지금도 웃기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 한장씩 독백을 읽을 때마다, 오그라드는 내 연기력에 아내는 폭소를 뱉어내니까. 대체 멋진 연기란 무엇인가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뭔가 답이 나오려나. 아니면 질문 정도는 분명해지려나. 꽤나 기대가 된다.  

 

 

 

 

 

 

 

 

 

 

 


2025.04.21 05:58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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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례식장에 가면 시간이 너무 없어. 80년이나 되는 여정의 끝에서 깊게 묵상하고 기도하려면 10분 20분 한시간? 훑고 가기에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는데, 상주가 기다릴까봐 같이 온사람이 서있을까봐. 동전이 얼마 안남은 공중전화에서처럼 짧게 용건만 말하고 급하게 끊게되네  

 

하얀 비닐로 덮여진 식탁 앞에 들고간 부조금 봉투처럼 구겨 앉아. 홍어를 몇 점 먹다보면 죽음은 금세 잊혀져. 돌아갈 때는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만 들어. 친구야.

 

 

 

 

 

 


2025.04.14 09:10

군인과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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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군인들에게 휴대폰을 쥐어줬을까. 휴대폰 지급으로 확실히 군폭력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성공을 자축하면 되는걸까

 

군대 안에서의 폭력을 엄격한 법집행과 규율, 군기로 다스리려 하지 않고 국가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저 쉬고 싶은 엄마가 아이의 유모차에 뽀로로로 가득찬 휴대폰을 달아둔 풍경 같아 안타깝다. 

 

이제 군대는 네트웤이 촘촘해지고 접근도 쉬워졌다. 휴대폰 하나만 들면 아들의 짬밥 메뉴와 하루일과, 배치와 주특기 등을 챙겨볼 수 있다. 

 

대신 사라진 것도 있다. 근무지의 별을 보며 생각하는 그 막막한 그리움, 급한 마음에 어두운 침낭 속에서 손으로 휘갈겨 쓴 편지. 공백 속에서 생기는 그런 문학적인 시간이 이미 지워진 것 같아 아쉽고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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