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특한 캐리커쳐로 시인을 표현한 표지 때문에
웬지 창비보다 비호감으로 다가왔던 문지의 시집이 벌써 300권이나 나왔다.
300권 특집은 연애시 모음으로 꾸며졌는데,
작가의 감정적 흐름이 투둑투둑 끊기는 까닭에
본디 컴필레이션 앨범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감동시키기는 어려웠지만
예전에 즐겨보고 감동하던 시들을 그 안에서 발견하는 것은
흐믓한 일이었다.
황동규-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황지우-뼈아픈 후회.
마지막으로 요즘의 내 생각에 공명을 일으킨 재밌는 시하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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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이별
최영철
이별을 그렇게 하면 쓰나
바짓가랑이 붙들고 지리며렬 구구절절
남은 정 다 달아나게
저 세기말 사랑 좀 봐
저만치 가버린 너 붙잡으면 뭘 해
벽 한 번 쿵 치고 손 한 번 터는 그
새 밀레니엄 손잡고
졸망졸망 가는 그
시작도 끝도 경쾌해서 좋아 좋아
얼마나 만나고 헤어져야 하는데
절절한 노래 얼얼한 세기말
날려버려야지
서둘러 암전
내일 우리 만나면 모른 척하자
사랑은 짧게 이별은 더 짧게
잘 있어 잘 가
우리 이제 남남이야
해방 아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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