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억이 너는 얼마나 있니? 펜을 들고 일단 적어 보았어. 고드름이 무섭게 달리는 겨울 아침. 휘갈겨 쓴 눅눅한 일기장. 안데르센 <눈의 여왕>. 짧아진 4B연필. 김장하는 엄마와 할머니. 할머니 때를 미는 엄마의 등허리.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할머니의 쿨쿰한 살냄새, 엄마는 언젠가 사라진다는 사실, 삶은 단 한번의 기회밖에 없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가는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시절. 이런 것들을 복기하면서 견디거나 울어보기도 하겠지만, 그런 게 사랑의 기억 전부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