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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권 서민적 글쓰기 - 서민/ 생각정원

천이형님2016.05.09 02:47조회 수 7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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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시간이 많아졌으니 허튼짓을 안하고 책을 읽겠다고 아내와 약속했다.

실은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는 일요일 5시경.
TV를 켜지 않았는데도 어디선가 깔깔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PD들과 연기자들이 피땀흘려 만든 일요일 예능을 뒤로하고 조용히 페이지를 넘겨갔다.

그간 대여섯권의 글쓰기 책을 읽어왔지만, 이토록 확실한 동기를 가져다 주는 책은 없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비유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솔직해서 더 좋았다. 
초등학교 시절,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한 소년이
그저 주목을 받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그 꼬마의 착한욕심이 자라면 이렇게 훌륭하게 커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앞에서 팔던 허약한 병아리를 키위, 우렁차게 울어제끼는 수탉을 만들어버린 자부심 같은게 느껴졌다.


나도 꽤 멋진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었는데,
그리고 그런 글을 직조해가는 내가 좋았는데
나는 내가 가진 재능과 꿈을 항상 너무 하찮게 다뤘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이후에도 저자는 천무적인 재능에 의존해 승승장구하지는 못했다.
우리 모두가 신화적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끈을 놓지는 않았다.
대학시절과 직장인 시절을 거치며 글쓰기를 통해 반복되는 창피한 기억들을 흉금없이 털어놓았다.
덕분에 나는 글쓰기 초보들이 겪는 시행착오를 확 줄일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함과 구체성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씹는 맛이 너무 좋은 미더덕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300페이지 분량의 책을 다 읽고, 아내의 허락을 정중히 받은 뒤,
서둘러 일요예능의 끝부분을 보았을 때 TV가 왠지 시시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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