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을 때는 젊은 걸 귀한 줄 모르고 살았지.
나도 그랬지. 동아리방 푹 꺼진 비니루 소파 위에서
생각이라는 노끈에 칭칭 감겨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지.
밀가루 떡볶이를 먹으며 동기들과 이야기 했었지.
우리도 나이가 들면 달라지려나.
40이면 不惑이라는데 우리에게도
날카롭고 복잡한 번민들 -
엉킨 철조망 같은 이 생각들이
사라지는 계절이 찾아오려나.
스포츠 머리를 하고 다니던 고교시절
어른들은 나이를 통해
삶의 지혜와 권위를 인정받으려고 했지만
늙는다=성숙해진다
는 공식 따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게 벌써 몇 년 전이던가.
한 작가가 70생애에 걸쳐 이뤄놓은 탄탄한 문학세계조차도
한 여고생의 풋풋한 생명력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허무감.
한줌의 사랑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는 낭패감이
400페이지에 걸쳐 기록되어 있다.
둘 셋 떼지어 다니며 달리기만 해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던 그 시절은
그 자체로 아름다움이다.
이것은 슬프고 아름답고 절망적인 소설.
P.S 염려했던, 혹은 기대했던 것만큼 에로틱하지 않다.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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