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아주 오래전에 <사랑의 스튜디오>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좌중을 흔들고 나서는 단 하나의 화살표도 받지 못했던 청년.
그리고 나서 오랜 후에,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와
삐삐인사말을 통해 연재하는 단편소설을 소개하고 들어갔던 청년.
이 모든 장면을 우연히 브라운관을 통해 실제 경험한 나.
그의 특이한 행적에 관해 신기해하고 있었지만,
그게 전부. 기억 저편으로 묻어버렸다.
허나 얼마전 읽은 신문 속에서 "선풍기를 틀고 자면 사람은 죽는가"라는
조금 구차한 의학 리포트가 눈에 띄었는데,
이상하게도 이것은 바로 '그'가 쓴 것이라는 강한 느낌이 와서
찾아봤더니 '서민'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바로 내가 알고 있던 그였다.
그의 에세이-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지금은 단국대 기생충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면서도
책 구석구석, 여전히 노골적으로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품성이 느껴져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입장에서 때론 환자의 입장에 서서
한국 의학계의 문제에 관해
거침없이 털어놓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느낀다.
'헬리코박터균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오직 요쿠르트 업계 뿐이다"
책을 통해
의사들이 가지게 되는 기득권이 실로 엄청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으며
이것을 놓지 않기 위해 행하는 온갖 이기적인 행태에 대해서는
몇배의 분노를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10년전 의대를 택하지 않고,
결과론적으로 실패로 돌아간 전자공학을 택한
나의 어눌함에 대해 또 잠시잠깐 후회를 했다.
우스운 부분이 많았던 책이다.
게다가 종로 교보문고의
'노인의학' 섹터에 가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우습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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