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늘 사랑받고 싶었다. 나는 내 없는 재주를 잘 설명하고 표현하고 싶었고 늘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반짝이게 하고 싶어서 늘 쓸고 닦고 조이고 그랬다. 솔직히 필사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묵묵히 가만히 있어도 좋고, 매력이 온화하게 풍겨 나온다. 말을 줄이고 잘 참고 지내는데, 그걸 보면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런 매력이 무얼까 알고 싶다.
나도 늘 사랑받고 싶었다. 나는 내 없는 재주를 잘 설명하고 표현하고 싶었고 늘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반짝이게 하고 싶어서 늘 쓸고 닦고 조이고 그랬다. 솔직히 필사의 노력을 다해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묵묵히 가만히 있어도 좋고, 매력이 온화하게 풍겨 나온다. 말을 줄이고 잘 참고 지내는데, 그걸 보면 도와주고 싶어진다. 그런 매력이 무얼까 알고 싶다.
내가 사회문화체험을 하고 있던 와중 부장 승진 인사가 진행됐다. 살짝 기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나이는 어리고 호봉은 조금 더 높은 친구가 승진을 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옆자리의 친한 선배가 "이건 너무하다"라고 대신 서운해 하니까. 또 그렇게 서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동기 경용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05사번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이미 부장이 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MBC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다들 승진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T/O가 있고 순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딱히 대단한 혜택이 없는 직급 승진에도 이렇게 은근한 스트레스가 있다면 나중에는 또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국장이 되었건, 사장이 되었건 영원히 살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 마련이다. 그걸 거부하다 보면 박정희가 되고 이승만이 되고, 죽지도 못했던 삼성의 이건희가 되는 것이다. 노추를 보이는 고추가 되는 것이다. 인생이란 다들 하다 마는 것. 그걸 편히 여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 직책도 없는 나. 아무 명함이 없는 나라도 내 존재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오전에 밭을 갔다. 훤한 이마처럼 시원하게 펼쳐져 있던 황토색 마당은, 4월쯤 갈래갈래 가르마를 타는 것 같더니만, 6월에는 자고 일어난 총각의 까치집 머리처럼 무성하게 우거졌다. 나는 토요일에 이미 감자를 수확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 일요일에도 한번 더 방문 했다. 이제 뻣뻣해지고 있는 상추를 잘 정리하고 드문드문 열리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고추를 수확하는 일만 남았다.
여름의 밭은 중년들의 모습같다. 각자 분주하게 뻗어 나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생각을 알 수가 없다. 각자 나름대로의 열매를 수확하고, 누군가는 시기를 놓쳐 손쓰기 어려운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저녁 무렵 올리브영에서 고른 마스크팩을 자기 전에 얼굴에 덮었다. 어제, 오늘, 밭 일을 열심히 했더니 얼굴이 촌사람 처럼 변해서 몇장 샀다. 원가 몇백원하는 이런 공산품에 무슨 대단한 성분이 있겠냐마는, 솔직히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적어도 2천원 어치는 잘 생겨지겠지. 세련되지겠지.
신기했다. 내가 MBC에 입사한 이야기는 사람들이 늘 휘둥그레 했고, 일종의 드라마 같다면서 감탄했는데, 어제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내가 먼저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어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렸다. 말하면서도 지루하다는 생각. 기억이 희미해 내용이 달라진걸까. 아니면 이야기 하는 내 에너지나 기대감 흥분감 같은 것이 떨어진 걸까.
서울로 돌아왔다. 까미노에서처럼 단순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정말 단순하게 마루에 밥과 반찬을 펼쳐놓고 유튜브를 또 가만히 봤다. 문제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휴대폰을 보고 싶어하는 강박증 같은 것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요즘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책의 제목이 반복해서 떠오른다. SNS를 통해 모든 것을 중계하는 세대. 좋아요를 더 많이 받는 매커니즘을 아는 세대. 실체가 무엇든 간에, 진실과 간격이 있을지라도, 이 게임에서 높은 스코어를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승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세대.
시차적응을 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밤2시가 되어 불을 끄고 누웠는데 오늘 잘못했던 일만 자꾸 생각났다. 내 휴가기간 동안 수고했던 애들을 좀 더 치하해줄걸. 감정도 못 느끼는 어린애처럼 업무 관련 이야기만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왜 그랬을까.
불을 켜고 마루에 나와 이동진 선배가 추천한 김기태 단편집을 읽었다. 스페인에 있을 때 내내 궁금했던 소설이었는데. 가슴을 망치로 탕탕 두드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잠깐 노크하는 수준에 그쳤다. 요즘 세상에 대한 스케치인건 알겠는데 이런 이야기는 왜 쓰는걸까. 단편 하나를 읽는데 그냥 한시간이 걸렸다.
내일은 일본어 학원을 알아보고 여름 성수기 콘도도 신청해 봐야겠다. 다시 또 바빠질 예정이다. 그나마 일기를 이어써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