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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3 06:35

28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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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도착. 이로써 공식적인 한달간의 여정이 끝났다. 순례길이 진정 인생의 축소판이라면 나는 노력했고 참았고 아둥바둥했고 유치했지만 가끔은 용감했던 삶을 보냈다.

순례 2회차인 나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콤포스텔라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들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 손님들처럼 시작했다. 어려운 여정을 극복해 가면, 성야고보 성당에 영원한 생명과 축복이 있으리라. 그렇게 믿으며 전진했다.

허전해. 아무것도 없는 성당에 허허로운 웃음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광장 기둥에 기대어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기게 자랑하려는 듯, 과장된 웃음과 환호를 카메라에 담아 돌아가는 ‘가짜의 삶’도 보였다.

사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그 길위에 있었다. 걸을때마다 쩌릿한 물집과 퉁퉁부은 발목. 이것들을 조여매며 겪은 인내와 외로움, 평안 그리고 단순한 삶. 자체가 800km를 걸으며 우리가 매일매일 받은 일당이었다.

고항에 돌아가면 또 하루하루 걸어가야한다. 사무실을 생각하면 나도 벌써 아득하다. 이제 다시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집안에서. 걷고 뛰고 굴러야한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진짜 순례도 끝이 날 것이다. 그게 진짜 까미노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원 섭섭한 나의 2번째 까미노.
그래. 이제 떠날게.
안녕. 콤포스텔라.

 

 

 

 


2024.06.23 06:30

2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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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종착지를 10km 앞두고 우리는 진지를 펼쳤다. 산티아고 공항 옆에는 10여명의 힌국 사람이 내일 아침 공격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2024.06.20 04:49

25-2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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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6일차

며칠째 비가 내려 고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제 순례길이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탁트인 풍경도 거의 보이지 않고 나무로 어둑한 숲속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면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달해있다.

 

나는 2회차 순례이기에 예전에 들렸던 장소들도 새록새록하다. 혼자 앉아서 생각했던 곳. 쓸쓸히 앉아 식사 했던 곳, 5년전에도 참 외로웠구나. 그 때의 감정선이 고스란히  타고 들어올 때면, 나를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 나와 친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틀 남았다. 내일은 일행과 떨어져 다시 혼자 걷기로 했다. 이제는 순례길보다 순례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도착하는 날과 그 다음날. 그 주의 회사일정에 대해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매몰되지 않고 잘 살수 있읕까. 우리 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중심을 잡을수 있을까

 

 

 

 

 

 

 

 


2024.06.17 21:35

23-“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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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차- 24일차.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순례길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리아를 출발점으로 한다. 확실히 이제 도시의 풍경이 시작됐다. 그 옛날 평원을 건너 오는 적을 막기위해 지었던 두꺼운 벽돌집들은 사라지고. 채광 좋게 넓은 창이 눈에 띈다. 자신감 있는 요즘 세대의 표정 같다. 

 

새로운 사람들도 유입되고 있다. 보송보송한 얼굴에 나이키 스포츠용품으로 치장한 가벼운 걸음들. 확실히 이제 순례길을 시작한 사람들 티가 난다.  반면 생장에서 출발해 이미 700km를 걸어온 사람들은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초반의 활기찬 인사는 없어지고 지나가도 기벼운 목례로 대신한다. 

 

누군가는 이곳 800km 순례길을 80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초반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만 해도 10대처럼 이 사회에 어찌 적응할까 막막해 하다가. 2-3주 차가 되면 요령이 생겨 하루 40km씩 주파하기도 하고. 어느새 이제 100km 앞, 이 여행을 정리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얼마 안남았네. 다들 아쉬움반 두려움반으로 회한을 나누는 모습이 70대의 노인의 표정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나흘 남짓. 이 순례길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아쉬움이 없을까. 

 

 

 

 

 

 

 

 

 

 

 

 

 

 

 

 

 

 

 

 

 


2024.06.15 21:50

2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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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차.

 

토요일 오후 2시가 되면 다음주 월요일까지 모든 수퍼마켓이 문을 닫는 작은 마을. 오늘의 정착지다. 교회도 닫고 빵집도 문을 닫았다. 알베르게 앞의 버드나무만 치마 깃을 나부끼는 조용한 동네다.

 

아무도 바쁘지 않은 순간. 아무도 찾지 않는 숙소. 아무 약속도 없는 토요일이라는 것이 대체 얼마만인가. 좀 씻고 누워야 하는데 눈꺼풀이 사르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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