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도착. 이로써 공식적인 한달간의 여정이 끝났다. 순례길이 진정 인생의 축소판이라면 나는 노력했고 참았고 아둥바둥했고 유치했지만 가끔은 용감했던 삶을 보냈다.
순례 2회차인 나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 콤포스텔라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다들 ‘은하철도 999‘에 탑승한 손님들처럼 시작했다. 어려운 여정을 극복해 가면, 성야고보 성당에 영원한 생명과 축복이 있으리라. 그렇게 믿으며 전진했다.
허전해. 아무것도 없는 성당에 허허로운 웃음을 보이는 사람이 더 많았다. 광장 기둥에 기대어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한국에 있는 누군가기게 자랑하려는 듯, 과장된 웃음과 환호를 카메라에 담아 돌아가는 ‘가짜의 삶’도 보였다.
사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그 길위에 있었다. 걸을때마다 쩌릿한 물집과 퉁퉁부은 발목. 이것들을 조여매며 겪은 인내와 외로움, 평안 그리고 단순한 삶. 자체가 800km를 걸으며 우리가 매일매일 받은 일당이었다.
고항에 돌아가면 또 하루하루 걸어가야한다. 사무실을 생각하면 나도 벌써 아득하다. 이제 다시 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집안에서. 걷고 뛰고 굴러야한다. 그러다보면 우리의 진짜 순례도 끝이 날 것이다. 그게 진짜 까미노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원 섭섭한 나의 2번째 까미노.
그래. 이제 떠날게.
안녕. 콤포스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