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회문화체험을 하고 있던 와중 부장 승진 인사가 진행됐다. 살짝 기대를 안한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나이는 어리고 호봉은 조금 더 높은 친구가 승진을 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옆자리의 친한 선배가 "이건 너무하다"라고 대신 서운해 하니까. 또 그렇게 서운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동기 경용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05사번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이미 부장이 되어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MBC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다들 승진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T/O가 있고 순번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딱히 대단한 혜택이 없는 직급 승진에도 이렇게 은근한 스트레스가 있다면 나중에는 또 얼마나 소외감을 느낄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국장이 되었건, 사장이 되었건 영원히 살지 않는 이상 그 자리에서 내려오기 마련이다. 그걸 거부하다 보면 박정희가 되고 이승만이 되고, 죽지도 못했던 삼성의 이건희가 되는 것이다. 노추를 보이는 고추가 되는 것이다. 인생이란 다들 하다 마는 것. 그걸 편히 여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 직책도 없는 나. 아무 명함이 없는 나라도 내 존재의 소중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