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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4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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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밤이었을 거다. 대학 때 동아리 방에 앉아 시집을 읽으니, 덩치 큰 친구가 슬그머니 물었다. 150페이지 짜리 시집은 금방 읽어 버리니 돈이 아깝지 않아? 아니야. 좋은 시집은 좋은 음반 같은거야. 보고 또 볼 때마다 감탄이 나는 일이야. 명조체로 읽혀지는 소월과 치환과 백석과 동주의 음성이 나는 좋았다. 밤에 멀리 들리는 다듬이질 같은 그 이야기가 나는 좋았다.

 

조용한 밤엔 초침소리도 내 맥박처럼 가까이 들린다. 민주광장을 가로지르며 누군가 꼬부라져 소리를 지르는데도 듣기가 싫지 않다. 어느새 귀뚜라미 소리랑 어울리는 계절이 되었네. 집에 가야해서 보따리를 챙길 시간.  허리는 펴고 책 귀퉁이는 접었다. 이제 나는 쪽문으로 나가 신설동까지 걸어야한다. 570번 버스에 직각으로 앉아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2024.09.22 09:12

수색 철도 차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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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복도에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다 보면 오른쪽 창으로 철로가 보인다. 기차는 학기가 끝난 필통 속 연필처럼 느슨하게 굴러다닌다. 한때는 내 어깨 높이의 공기들을 고함치며 베고 다녔을텐데. 녹슨 바퀴를 연마하러 돌아다니는 공무원의 자전거보다 느리게. 새근새근 돌아 누워있다. 

 

 

 

 

 

 

 

 


2024.09.22 08:58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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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없을 때만 집중을 한다. 체육관 마감 10분 남겨 놓고 하는 운동이 제일 재미있고, 시험시간 10분전에 하는 공부가, 출발 10분전에 보는 책이 제일 재미있다. 평생토록 시간을 낭비하고 느슨하게 살았지마는 이러다가는 죽기 1시간 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2024.09.22 08:53

목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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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돌아오라고 전어를 굽는 것인가. 

서울 화력 발전소에서는 이 밤에 군불을 땐다. 

정문 앞에 앉아 있는 볼 붉은 노인에게 부탁해

목도장에 당신의 이름 하나 새기고 돌아오고 싶은 밤.

 

 

 

 

 

 

 

 

 

 

 

 


2024.07.27 12:03

외로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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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카페가 많고 그 중 어떤 곳은 혼자 오는 손님이 많은 곳도 있다. 다들 혼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런 일들은 사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해도 되는 작업이다. 다들 왜 모일까. 외로운 일도 모여서 하면 조금 낫다는 생각 때문일까. 

 

얼마전에 <정은임의 영화음악> 특집방송을 봤다. 그 시대의 영화음악 팬들은 "외롭고 궁상맞게 영화를 좋아하는 이런 사람이, 세상엔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라는 걸 확인할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칸막이 도서관처럼 각자 나눠져 앉아 있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공간. 그런 열람실 같은 라디오를 다시 만들고 싶긴 하다. 그 시간쯤 되면 부스스한 낯빛과 늘어진 추리닝만 입고 그냥 나오고 싶어 지는 곳. 어깨끈이 쳐지도록 무거운 가방을 올려놓고, 책상 포스트잇에 붙여 놓은 작은 각오 같은 것도 훔쳐보면서. 큰 대화를 나눌순 없지만, 그렇게들 같이들 좀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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