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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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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사람을 사귈지 말지. 사람을 본지 5초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눈짓, 입매, 표정, 제스츄어 등이 눈으로 입력되면 지난 30년간의 데이터, 262800시간의 경험치를 공식 삼아 머릿 속에서 계산을 하기 시작한다.

 

결과치는 복잡하지도 않다. '느낌이 온다'는 짧은 신호 하나만 온몸에 닭살로 퍼트리면 된다.

 

이 프로세스가 고작 5초만에 이뤄진다니. 대단한 CPU가 우리 몸에 장착되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24.10.23 00:15

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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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지직에서 다시 시작한 주호민의 '펄이 빛나는 밤'이 반갑다. 좋은 노래와 사연 그리고 DJ의 느긋한 마음. 이 세가지만 있어도 방송은 충분히 재미있고 듣기 좋다. 

 

나는 방송을 만들때면 자꾸 뭘 가르치려고 든다. 청취자의 시간은 귀하기 때문에, 명절날 조카를 만난 것처럼 뭐라도 쥐어주고 싶은가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담백한 구성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라디오가 되었다. 퇴근한 직장인과 대학생. 쩔어서 돌아온 위한 사람들을 위한 한밤의 '여성시대' 버전을 만들고 싶다. 

 

 

 

 

 

 


2024.10.22 01:07

유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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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파트를 보라. 가만히 놔두면 썩고 부서지고, 결국에 삭아서 먼지가 된다. 이게 자연스러운 우주의 이치이다. 모든 물질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법. 열역학 2법칙, 엔트로피 법칙이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은 이 법칙을 역주행 한다. 물질이 우연히(?) 결합해, 안과 밖이 구분되는 독립적인 개체가 되고, 자신의 정보를 후손에게 전달하며 번식하는 시스템까지 갖춘다는 것. 이게 정말 가능해요? 

 

나는 이 확률을 뚫는 일이 우주에 벌어졌고, 그것이 반복되어 지구에 많은 고등 생명체를 남겼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우연으로 탄생한 그  결합물이 뉴런과 시냅스를 이루고, 지금 말과 글을 사용하며,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남긴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나는 진화론도 하나의 신앙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변명을 내놓는다. 우주는 너무 넓고 그동안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46억년간 모든 은하에서 주사위를 계속 던지다보면 그런 우연이 생길수도 있다고 한다. 솔직히 우주를 생각하면 나도 아득하다. 개미가 지구의 크기를 상상할 수 없듯이, 나도 우주를 실감할 수 없다. 시간도 공간도 무한대에 수렴하는 우주에서는 정말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과학자들은 그 증거를 찾고 싶다. 우주에서 생명을 찾아보자는 도전을 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우주의 공간부터 추스려본다. 모든 것이 타서 기화되거나 꽁꽁 얼어붙어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읺는 곳은 제외.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온도가 있는 곳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르며 구별했다. 

 

적절한 온도를 찾았다면 그 다음엔 물이 필요하다. 지금의 탐사선들은 필사적으로 우주 곳곳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다. 물은 생명이 탄생할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물과 시간만 있다면 진화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지금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발견되었다. 이곳은 20km 정도 되는 두터운 얼음표면 아래 물바다가 있다. 그리고 하루에 1천톤의 산소가 발생한다. 이제 조건은 대충(?) 맞춰졌다. 그동안 우주의 시간은 충분했으니, 팔다리가 달린 외계인은 아니라도 원시적인 생명이 탄생해 있어야한다. 만약 이곳에서 생명이 발견된다면, 논리적으로는 우주 어디에 외계인이 있다는 것도 믿을만하다. 솔직히 진화론자들의 승리라고 해줄법하다. 

 

유로파를 향한 탐사선은 지난주 출발했고 29억 km를 날아간다. 탐사선이 도착하는 5년뒤에 나는 . 그래. 그러고 나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생각도 도덕도 영혼도 그저 물질의 결합이라면, 가슴 아팠던 옛 사랑과 두근거림도 그저 화학반응이라면. 나는 어떤 존재로 명명되어야 할까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결국 나의 신앙은 어떻게 되는걸까. 파괴되는 걸까. 외계인과 신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가정이 우주 저끝까지 뻗쳐나간다. 생각은 탐사선처럼 어둠을 유영하다가. 결국 내가 먼지가 되고마는. 아득한 밤이다.

 

 

 

 

 

 

 

 

 

 

 

 

 

 

   

 

 

 

 

 

 


2024.10.09 23:48

열차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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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을 내려가던 기차안.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 여자가 통화를 시작했다. "나이 50 가까이 되서 남의 밑에 눈치보며 일하는 거, 이제  지겹지 않니?" 어느 다단계 소속일까. 사기는 이렇게 스몰토크로 시작되는구나. 섬뜩한 장면이었다. 

 

 

 

 

 

 

 

 


2024.10.07 07:26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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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변기에 앉아 발끝을 보니 발톱이 반쯤 덜렁거렸다. 보내줄 때가 됐구나. 손톱깎이를 들고 와 엄지 발톱 반쪽을 깎아버렸다. 아마 초여름쯤 어느 산에서 내려오다 피멍이 들었을거다. 나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피멍이든 발톱은 반드시 빠지고야 마니까. 

 

이미 대여섯번 발톱이 빠진 나는 발톱을 갈아끼우는 노하우가 생겼다. 덜렁거린다고 해서 힘으로 쥐어 뜯다가는 발톱도 피부도 없는 생살이 드러난다. 그렇게 한달여를 살아야 한다. 발끝은 얼마나 부딪히기도 두드리기도 쉬운 곳인가. 으악으악 비명소리를 한 쉰번쯤 내면, 큐티클이 슬며시 다시 엄지 발가락을 덮으며 보호막이 되어준다.  

 

발톱이 빠질 때 보면 신기하다. 가끔은 내가 함부로 손대서 발톱이 반만 남을 때도 있고, 이마저도 개구리 발가락처럼 살속에 파묻힐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픈 것도 속상한 것도 까먹었을 때 쯤. 처음 나를 만들 때 설계했던 그 모양 그 모습으로 시공이 되어있다. 그대로 원상복귀 시켜놔. 대체 누가 시키고 관리감독하는 걸까. 나는 뭐라고 명령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호호' 불어 보는게 전부인데. 내 유전자의 시스템이 놀랍기만하다. 생각할 때마다 기가 막히다. 그냥 죽어버리기엔 너무 대단하고 아까운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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