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밭을 갔다. 훤한 이마처럼 시원하게 펼쳐져 있던 황토색 마당은, 4월쯤 갈래갈래 가르마를 타는 것 같더니만, 6월에는 자고 일어난 총각의 까치집 머리처럼 무성하게 우거졌다. 나는 토요일에 이미 감자를 수확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 일요일에도 한번 더 방문 했다. 이제 뻣뻣해지고 있는 상추를 잘 정리하고 드문드문 열리고 있는 방울토마토와 고추를 수확하는 일만 남았다.
여름의 밭은 중년들의 모습같다. 각자 분주하게 뻗어 나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 생각을 알 수가 없다. 각자 나름대로의 열매를 수확하고, 누군가는 시기를 놓쳐 손쓰기 어려운 모습이 되어버리기도 했다.
저녁 무렵 올리브영에서 고른 마스크팩을 자기 전에 얼굴에 덮었다. 어제, 오늘, 밭 일을 열심히 했더니 얼굴이 촌사람 처럼 변해서 몇장 샀다. 원가 몇백원하는 이런 공산품에 무슨 대단한 성분이 있겠냐마는, 솔직히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적어도 2천원 어치는 잘 생겨지겠지. 세련되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