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변기에 앉아 발끝을 보니 발톱이 반쯤 덜렁거렸다. 보내줄 때가 됐구나. 손톱깎이를 들고 와 엄지 발톱 반쪽을 깎아버렸다. 아마 초여름쯤 어느 산에서 내려오다 피멍이 들었을거다. 나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피멍이든 발톱은 반드시 빠지고야 마니까.
이미 대여섯번 발톱이 빠진 나는 발톱을 갈아끼우는 노하우가 생겼다. 덜렁거린다고 해서 힘으로 쥐어 뜯다가는 발톱도 피부도 없는 생살이 드러난다. 그렇게 한달여를 살아야 한다. 발끝은 얼마나 부딪히기도 두드리기도 쉬운 곳인가. 으악으악 비명소리를 한 쉰번쯤 내면, 큐티클이 슬며시 다시 엄지 발가락을 덮으며 보호막이 되어준다.
발톱이 빠질 때 보면 신기하다. 가끔은 내가 함부로 손대서 발톱이 반만 남을 때도 있고, 이마저도 개구리 발가락처럼 살속에 파묻힐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아픈 것도 속상한 것도 까먹었을 때 쯤. 처음 나를 만들 때 설계했던 그 모양 그 모습으로 시공이 되어있다. 그대로 원상복귀 시켜놔. 대체 누가 시키고 관리감독하는 걸까. 나는 뭐라고 명령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저 '호호' 불어 보는게 전부인데. 내 유전자의 시스템이 놀랍기만하다. 생각할 때마다 기가 막히다. 그냥 죽어버리기엔 너무 대단하고 아까운 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