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아파트를 보라. 가만히 놔두면 썩고 부서지고, 결국에 삭아서 먼지가 된다. 이게 자연스러운 우주의 이치이다. 모든 물질은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법. 열역학 2법칙, 엔트로피 법칙이다.
하지만 생명의 탄생은 이 법칙을 역주행 한다. 물질이 우연히(?) 결합해, 안과 밖이 구분되는 독립적인 개체가 되고, 자신의 정보를 후손에게 전달하며 번식하는 시스템까지 갖춘다는 것. 이게 정말 가능해요?
나는 이 확률을 뚫는 일이 우주에 벌어졌고, 그것이 반복되어 지구에 많은 고등 생명체를 남겼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우연으로 탄생한 그 결합물이 뉴런과 시냅스를 이루고, 지금 말과 글을 사용하며,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남긴다는 것은 더욱 믿기 어렵다. 나는 진화론도 하나의 신앙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변명을 내놓는다. 우주는 너무 넓고 그동안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46억년간 모든 은하에서 주사위를 계속 던지다보면 그런 우연이 생길수도 있다고 한다. 솔직히 우주를 생각하면 나도 아득하다. 개미가 지구의 크기를 상상할 수 없듯이, 나도 우주를 실감할 수 없다. 시간도 공간도 무한대에 수렴하는 우주에서는 정말 모든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과학자들은 그 증거를 찾고 싶다. 우주에서 생명을 찾아보자는 도전을 한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우주의 공간부터 추스려본다. 모든 것이 타서 기화되거나 꽁꽁 얼어붙어 화학 반응이 일어나지 읺는 곳은 제외.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온도가 있는 곳을 골디락스 존이라고 부르며 구별했다.
적절한 온도를 찾았다면 그 다음엔 물이 필요하다. 지금의 탐사선들은 필사적으로 우주 곳곳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다. 물은 생명이 탄생할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물과 시간만 있다면 진화는 자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지금 목성의 위성, 유로파가 발견되었다. 이곳은 20km 정도 되는 두터운 얼음표면 아래 물바다가 있다. 그리고 하루에 1천톤의 산소가 발생한다. 이제 조건은 대충(?) 맞춰졌다. 그동안 우주의 시간은 충분했으니, 팔다리가 달린 외계인은 아니라도 원시적인 생명이 탄생해 있어야한다. 만약 이곳에서 생명이 발견된다면, 논리적으로는 우주 어디에 외계인이 있다는 것도 믿을만하다. 솔직히 진화론자들의 승리라고 해줄법하다.
유로파를 향한 탐사선은 지난주 출발했고 29억 km를 날아간다. 탐사선이 도착하는 5년뒤에 나는 . 그래. 그러고 나면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생각도 도덕도 영혼도 그저 물질의 결합이라면, 가슴 아팠던 옛 사랑과 두근거림도 그저 화학반응이라면. 나는 어떤 존재로 명명되어야 할까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결국 나의 신앙은 어떻게 되는걸까. 파괴되는 걸까. 외계인과 신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저런 가정이 우주 저끝까지 뻗쳐나간다. 생각은 탐사선처럼 어둠을 유영하다가. 결국 내가 먼지가 되고마는. 아득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