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난해한 시를 읽으면 불쾌하다. 시를 읽을 때, 전혀 집중하지 않고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독자도 문제지만, 이해시키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도 문제다. 아내는 '그건 표현 예술이기 때문에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작가의 게으름과 노력 부족이라고 반박하며 실갱이를 한다.
그렇다고 시가 초등학생들이 이해할만한 평범한 문장만 나열해야 하는가. 아니다. 시는 본질적으로 오해와 깨달음. 그 간극에서 오는 희열을 주기 위해 수수께끼 같은 문장과 복잡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오를 수 있는 클라이밍 벽이어야 한다. 어느 방향으로 생각을 힘껏 점프시키면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문장이 박혀 있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개인적인 배경을 시 안에 박아놓고서 나몰라라 키득대는 시인도 있다. 이런 시는 사람들의 지력과 정신을 낭비시킨다는 점에서 무례하다. 자폐가 아니라면, 그런 생각들은 자기 일기에나 써야지. 돈을 내고 시의 세계에 입장하는 청중에게 들려주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