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카페가 많고 그 중 어떤 곳은 혼자 오는 손님이 많은 곳도 있다. 다들 혼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거나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이런 일들은 사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해도 되는 작업이다. 다들 왜 모일까. 외로운 일도 모여서 하면 조금 낫다는 생각 때문일까.
얼마전에 <정은임의 영화음악> 특집방송을 봤다. 그 시대의 영화음악 팬들은 "외롭고 궁상맞게 영화를 좋아하는 이런 사람이, 세상엔 나만 있는게 아니구나"라는 걸 확인할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외로운 사람들이 칸막이 도서관처럼 각자 나눠져 앉아 있지만, 그래도 같이 있는 공간. 그런 열람실 같은 라디오를 다시 만들고 싶긴 하다. 그 시간쯤 되면 부스스한 낯빛과 늘어진 추리닝만 입고 그냥 나오고 싶어 지는 곳. 어깨끈이 쳐지도록 무거운 가방을 올려놓고, 책상 포스트잇에 붙여 놓은 작은 각오 같은 것도 훔쳐보면서. 큰 대화를 나눌순 없지만, 그렇게들 같이들 좀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