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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2 01:24

10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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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

초반에는 회사 걱정도 되고 부모님 생각도 나고 음식이나 자기계발과 같은 잔잔하고 복잡 다단한 것들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생각이 자주 단순해진다. 발바닥이 아프다. 빌목이 아프다.  무릎이 아프다. 생각이 한 곳으로 모인다. 그 소실점 끝에 당신이 오셨으면 좋겠다. 






2024.06.01 00:08

9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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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

 

현재 Belorado. 어느새  233.31km를 걸었다. 이제는 초창기처럼 순례자끼리  만난다고 해서 상쾌하게 "hola'를 외치기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걷는 인원이 많다. 

 

서로에 대한 통성명도 끝났고 매일 민나는 드넓을 평원도 더 이상 강탄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저릿한 다리의 통증과 뻐근하니 누르고 있는 배낭의 무게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제는 숙소에서 순례자끼리 싸우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다들 첫번째 한계에 봉착한 분위기다.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할지 동키 서비스를 통해서 짐을 먼저 보낼지. 여기 저기서 쉬운 순례의 방법을 찾느라 궁리중이다.

 

나 역시 피곤하다. 내가 기억하는 산티아고는 흙으로 만들어진 시골길이었는데. 전에 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너무 많아 진 것 같다. 충격이 고스란히 발바닥과 발목에 쌓이고 있다. 2시쯤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해도 저릿저릿한 느낌이 아침까지 가시지 않는게, 다음 일정을 시작한다. 

 

이제는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갈 때다. 나는 이 길을 왜 걸으려 하는가. 무엇을 찾고자 이 외로운 시간을 보내려하는가. 답은 (고요힌) 길 위에 있다.  

 

 

 

 

 

 

 

 

 

 

 


2024.05.30 02:11

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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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하루하루 걷다보면 모든게 단순해진다. 걷고 먹고 씻고 빨래하고 자고. 인간으로서 아주 기본적인 일만하게 된다. 자기 계발을 해야할 필요도 없다. 서로를 조율할 필요도 없고, 중첩 되고 모순된 사회적 책임에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나는 피디도 팀장도 민주시민도 아들도 아니다. 


그러니 단순한 인간으로서의 나 자신을 멀찌기서 바라보게 된다. 초등학고 운동장에서 마구마구 날뛰고 사람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행복해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수십년 동안 사회적 책임으로 덮어놓았던 내 본 모습. 그 작은 아이가 다시 가만히 나와 뛰어놀기 시작했다.








2024.05.29 01:06

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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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차


오늘은 할말이 제대로 정리되지는 않았다. 혼자있는다는 두려움에 쌓여서 허집지겁 한국사람을 찾았고, 한번 붙어버린 한국인과 5시간 넘게 이야기하며 여정을 다소비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은 날도 외롭지만 너무 많은 말을 한 날도 있롭다.

적당히 가까이 있고 또 적당히 멀어지고 싶은 얍삽한 생각이 나를 경 가지고 움켜잡는다. 산티아고는 혼자 있기 위해 도전한 시간이다,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지 않는다면 혼자있고자 하는 나를 응원해 주자. 주님과 독대하려는 나를게 힘을 실어주자. 저녁에 그나마 성당에 혼자 앉아 이런저널 생각을 늘어 놓았더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남들을 판딘하려고 곤두서지 말고 내가 넉넉해지자 내가 이해해주자라는 마음이 찾아외 반기웠다. 


내일 일정은 29km다. 발에는 여기저기 물집이 집히고 화기가 빠지지를 않는다. 좀쉬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살짝 든다. 








2024.05.28 03:13

5일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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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2

 

정말정말 너무힘든 일정이었다. 휴가일정이 처음부터 딱 하루 부족했기 때문에 언젠가는 이틀치 거리를 걸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초반에 그 숙제를 해치워버리던 날이었다.

 

오늘의 일정 43Km. 새벽부터 서둘러 가다보니 도통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등장힌 요정 같이 생긴 까딸루나 아저씨. 이 아저씨는 햇빛말러지 같은 것이 있어서 해가 중천에 뜨기전에 얼른 도착해야 한다고 했다. 덧분에 광속으로 전진 전진. 첫번째 골인지점에 도착한 것이 무려 11시. 보통 2시경 들어오는디 이 정도면 할만 하겠다 싶어 다시 빠르게 몸을 옮져 보지만. 역시 무리한 탓일까, 반목의 통증이 심상치가 않다. 

 

빠른 점심식사를 마칠수 있는 식당을 찾아뵜지만 아직 시간이 안됐디며 두번 거절 당하고. 할수 없이 수퍼마켓 앞 마당에서 먹을 것을 입에 쑤셔넣었다. 

 

몸은 아프고 한날의 태양은 뜨겁고. 기운내자고 응원을 나눌 사람도 전혀없었다. 가다가 만나는 분들은 몸이 성치 않아서 절뚝거리며 따라오시는 노인분들. 짧은 ‘hola'를 건네고 나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길을 갈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특히 서울의 사람들이 그리웠다.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몇군데 연락을 던졌지만 역시 서울의 사람들은 너무나 바쁘게 살고 있었다. 전화를 걸자 너털웃음.  공중에 여러개의 접시를 다급히 돌리는 서커스 단원처럼 살아가는 그들은 나의 ‘사서하는 고생'에 동참해줄 여유는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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