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차.
현재 Belorado. 어느새 233.31km를 걸었다. 이제는 초창기처럼 순례자끼리 만난다고 해서 상쾌하게 "hola'를 외치기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며 걷는 인원이 많다.
서로에 대한 통성명도 끝났고 매일 민나는 드넓을 평원도 더 이상 강탄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저릿한 다리의 통증과 뻐근하니 누르고 있는 배낭의 무게만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어제는 숙소에서 순례자끼리 싸우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다들 첫번째 한계에 봉착한 분위기다. 버스를 타고 점프를 할지 동키 서비스를 통해서 짐을 먼저 보낼지. 여기 저기서 쉬운 순례의 방법을 찾느라 궁리중이다.
나 역시 피곤하다. 내가 기억하는 산티아고는 흙으로 만들어진 시골길이었는데. 전에 비해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너무 많아 진 것 같다. 충격이 고스란히 발바닥과 발목에 쌓이고 있다. 2시쯤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해도 저릿저릿한 느낌이 아침까지 가시지 않는게, 다음 일정을 시작한다.
이제는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갈 때다. 나는 이 길을 왜 걸으려 하는가. 무엇을 찾고자 이 외로운 시간을 보내려하는가. 답은 (고요힌) 길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