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굶은 것은 어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어젯 밤의 나 자신을 채찍질하거나 오늘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단전에서부터 차오르는게 있으니까.
하지만 한밤 중의 허기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연휴가 끝나가는 이런 밤. 지구는 초침 소리를 내며 자전한다. 다들 무얼 먹는지, 아니면 무슨 마음을 잡수시는지 궁금해진다.
아침을 굶은 것은 어렵지도 외롭지도 않다. 어젯 밤의 나 자신을 채찍질하거나 오늘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단전에서부터 차오르는게 있으니까.
하지만 한밤 중의 허기를 그냥 흘려 보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연휴가 끝나가는 이런 밤. 지구는 초침 소리를 내며 자전한다. 다들 무얼 먹는지, 아니면 무슨 마음을 잡수시는지 궁금해진다.
AR장치가 따로 필요없다. 운동하려고 누웠던 요가 매트가 갑자기 날으는 양탄자가 되었다. 하늘이 빙빙빙 돌고 헛구역질이 나는 순간. 아 올 것이 왔구나. 5년만에 다시 찾아온 녀석. 우측후반고리관 이석증이다.
인간을 죽이는 데는 총, 칼, 낫 같은 단단하고 살벌한 무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반고리관 안에 있는 좁쌀보다 작은 구슬이 그 경로를 벗어나기만 해도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번에도 자가 치료법으로 침착하게 고쳐야지 하며 침대가 있는 숙직실에 들어갔다. 아뿔싸. 새벽 방송을 마친 후배가 곤히 자고 있어 불을 켤수도 없었다. 방금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자가 치료 유튜브를 보고 오긴 왔는데 조금 헤깔렸다. 방향이었던가 저 방향이었던가. 조심조심 누워 고개를 돌리던 순간. 움직이지 않던 침대가 갑자기 청룡열차로 변했다. 세상이 뱅그르르 회전하기 시작하자 실제로 몸이 가속도를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의 쇠기둥을 찌그러져라 꽉 잡았다. 손이 땀으로 흥건하더니만, 입안 한가득 토사물이 나와서 결국 다섯번 정도 게워냈다. 토하느라 고개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계속 헛구역질이 났던 하루.
각자 먹고 즐기는 것은 좋은데, 음식에 대해 지나치게 감탄하는 시대에 사는 것 같다. 그냥 대충 맛 없는 것 좀 먹고 살면 안되나? 먹는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90년대에는 누군가 먹는 것에 대해 주구장창 이야기 했다면 그야말로 한심한 놈 취급을 받았다. 나라의 안과 밖에는 여전히 배를 곪는 사람들이 많았고, 실제로 이로 인해 죽는 사람들도 많았다. 영양을 채우는 것 외에 음식으로 쾌락을 쫓는다는 것은 죄처럼 느껴지는 시대를 우리는 통과했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읽는 중이다. 이딴류의 성공지침서는 속물스럽다며 일단 깔보고 시작했는데 웬걸.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로 "엎드려." 처음 몇 페이지만으로 빠따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든다. 내가 너무 어린애 같이 살았구나.
"자기가 맡은 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파고들고 익히라"는 말에 100% 공감을 하면서도, 이걸 바로 실천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좌절감만 더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완벽주의인 나인데, 내가 더 싫어지고 누워있는 시간은 더 많아져 버리니, 이걸 어쩌지.
헬스장을 가는 횡단보도에 멈췄는데, 차도를 사선으로 계속 지나가는 한 남자를 봤다. 일반적인 무단횡단이 아니라, 아예 신호등이나 차선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옆에 있는 아줌마랑 눈이 마주쳐 "마약한 것 같죠?"라고 했더니, 끄덕끄덕 하신다.
이야기를 나눈지 3분도 되지 않았는데 어디선가 굉음이 들렸다. 경찰은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했고, 그 남자를 둘러쌓았다. 대한민국 시스템에 한편으로 안심이 되면서도, 그 철없는(?) 아저씨는 어떻게 되는걸까. 여러 방면으로 측은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