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하루하루 걷다보면 모든게 단순해진다. 걷고 먹고 씻고 빨래하고 자고. 인간으로서 아주 기본적인 일만하게 된다. 자기 계발을 해야할 필요도 없다. 서로를 조율할 필요도 없고, 중첩 되고 모순된 사회적 책임에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여기서 나는 피디도 팀장도 민주시민도 아들도 아니다.
그러니 단순한 인간으로서의 나 자신을 멀찌기서 바라보게 된다. 초등학고 운동장에서 마구마구 날뛰고 사람을 좋아하는 한 소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행복해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수십년 동안 사회적 책임으로 덮어놓았던 내 본 모습. 그 작은 아이가 다시 가만히 나와 뛰어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