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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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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길에는 사진찍기 좋은 랜드마크가 꽤 있다. 사실 들판 자체가 포토존이기는 하다.  이런 넓은 평원을 걷고 있으면 윈도우 바탕화면을 돌아타니는 흰색의 마우스 커서가 된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길은 인스타그램에는 잘 안나오는 길이다. 우리 시골에서도 보임직한 평범한 자갈길. 삐뚤빼뚤 볼품없는 길. 길고 재미없게 늘어진 모습 속에 갇혀있을 때는 마음을 돌아보는 것말고는 할것이 없다. 그렇지만 그게 진짜 까미노다.










2024.05.26 23:11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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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차

까미노 길에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이 많고. 아침부터 음악을 들으면 그것 자체가 사람을 좀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음악을 좀 아껴두었다가 금일의 목적지에 도착하기 5km전 쯤 기진맥진하기 직전에 틀고는 한다.  

 

오아시스의 노래는 행진곡처럼 나를 이끌고,, 부루노에이저는 무거운 등산화를 신고도 왈츠를 추게 만든다.

 

사실 오늘은 걷다가 가사에 턱 걸려 넘어져 두번이나 울었다.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인 걸.

 자고나면 괜찮아 질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테니” 

 

나는 대체 여기를 왜 걷고 있는 걸까. 나는 대체 왜 태어난 걸까. 나는 이 세상에 무슨 쓸모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목구멍을 턱턱 쳐 올려서. 스페인 평원의 한복판에서 울며 걷는 181cm의 사나이가 되었다  

 

 

 

 

 

 

 

 

 

 

 

 

 

 

 


2024.05.25 22:39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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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이곳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지루함과의 싸움이다. 걷는것도 지루하고 혼자남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지루하다. 천장 가득히 채워진 그림을 지우개 하나로 지우려는 것처럼 도무지 시간이 줄어들지가 않는다.


지루한 것은 가속도가 없는 상태다. 속도가 일정하게 쭈욱 그모습 그대로 사는것이 대체 왜 못견딜 일인지 모르겠지만서도. 훗날 죽음이 우리를 찾아올 때. 우리 육신이 조각 조각 분해되어 우주의 먼지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정신만 살아남아서 그대로 유영한다면.  그것 만큼 지루한 일이 없을텐데. 그대로 가만히 두시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게는 지옥일것만같다.










2024.05.22 02:51

파리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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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는 하류인가보다

파리 RER을 탔는데

서양인들 이야기하는 사이에서

korean barbeque 이야기가 들린다









2024.05.11 22:00

불침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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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데도 밭의 식물들이 밤새 보초를 선다. 녹색 판초우의를 이파리처럼 뒤집어 쓰고는 교대근무자도 없는 밭을 지키고 서있다. 면회 한번 오지 않는 무심한 부모를 원망하지도 못한채 줄기를 하늘로 높이 받들어 총. 안타까운 애인생각으로 공굴린 마음이 방울토마토가 되어 맺히고, 주름진 상추 이파리는 계급장처럼 삐죽 늘어가는 초여름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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