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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공연이 되면 객원 연주자들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편하게 연주하라"고 내게 말했던 이 프로 연주자들은 정말 편해보였다. 연습 중간중간 게임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나의 간절함과는 확실히 달랐다. 얼른 2시간 짜리 행사를 마치고, 야구경기를 보러 가자는 그들의 소근거림에 씁쓸한 웃음이 났다.  

 

반대로 나는 공연에 누가 될까 미안했고, 여리게 불어야 하는 피아노 구간에서는 혹시나 연주 전체에 삑사리를 얹힐까 따라부르지 않았다. 내가 더하면 더할수록 공연에는 스크레치가 났다. 창피하기는 싫어 핸드싱크를 하면서도 "침묵도 연주의 일종"이라고 자기 위안을 삼았다. 

 

당연하게도 실력과 태도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그 괴리감이 너무 혼란스럽고 허무한 상태로 날 이끌었다. 그들은 그냥 공연이 잘 되든말든, 얼른 작업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예술 인부였다. 

 

이 공연은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걸까. 객원 연주자들 덕분에 우리의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가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관객들은 놀라워 했고 지휘자님은 우레와 같은 박수에 만족한 것 같았다. 이런 연주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내가 잘 몰라서 불편하게 느끼는 걸까. 웬지 보람없는 첫 공연이 끝나자 나는 힘이 쭉 빠져 돌아갔고, 10시간 정도를 내리자기만 했다. 

 

 

 

 

 

 

 

 

 

 

 

 

 

 

 

 

 

 

 

 

 

 

 

 

 

 

 

 

 

 

 

 

 

 

 

 

 

 

 

 


2026.09.20 11:58

연주가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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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힘들었던 마포구립윈드오케스트라 2회 정기공연을 마쳤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연습했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다시 돌아가도 이것보다 더 열심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나는 팀장 회식도 팽개쳤고, 계속 휴가를 써가면서 매달렸다. 한달 동안 연습실을 대여한 내역을 살펴보니 68시간30분, 습하고 어둑한 그 공간에서 불고 또 불어가며 머리를 비워갔다.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객원연주자인 트롬본 선생님은 내가 쩔쩔 맬 때마다 타령조로 이렇게 말했다. 대책없이 전하는 "편하게 하라"는 말이 세상에나 이렇게 불편한 건지 처음 알았다. 나는 민폐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허수아비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깨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연습 생각만 했다. 몸은 안 움직여도 부담만은 늘 안고 살았던 한달이었다. 트롬본은 다른 악기와 다르게 무작정 계속 노력할수도 없다. 2시간 정도 연습하면 머리가 둥둥거리며 두통이 생기고 입술도 부르튼다. 이상하게 눈알도 아파서 연습 후에 머리를 감고 세수하며 눈알을 지그시 눌러주기도 했다.

 

나는 쿨타임을 생각해가며 연습 시간을 배분했고, 그것 조차 안되는 때는 연습한 음원을 들으며 악보의 박자를 세어 가거나, 피스를 끼우지 않은채 손연습을 했다. 그리고 빈틈이 생기면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했다. 그래야 몸도 빨리 회복되는 것 같으니까. 

 

개인 연습은 눈치나 안 보지만, 합주시간은 더 괴로웠다.  객원 선생님이 오는 수요일에는 묻어갈수나 있는데, 단독 주자로 오는 토요일은 정말 쥐약이었다. 가끔 악보를 따라 용기를 내서 불어보면, 자꾸 나 때문에 연습이 끊기고 멈추는 것 같아서 더 죄송했다. 나는 늘 손만 벌벌 떨고 있는데, 이 시간은 너무나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한달이라는 기간은 내게 턱없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4분짜리 한곡을 뜯어 뜯어 연습하면 4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까마득했다. 이렇게 11곡을 어떻게 다해. 그런데 그게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4시간에서 1시간, 30분 10분. 이렇게 줄어 들어가면서 뭔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연습 때마다 전체 곡의 5%도 못 불었는데, 공연 3일전에는 연주곡의 절반 이상 불어제끼기 시작. 이 정도가 내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라는 생각에 만족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6.09.02 07:55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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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 5시에 연습을 나갔다. 하도 연습하는데 지치고 이제는 쉰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간단한 기본기 연습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무작정 연습했을 때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버겁게 완주하던 연습곡들이 쉽게 불어져 신기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구겨 넣었더니 이런 기술들이 어느새 나에게 입력이 되었나보다. 

 

고작 16마디 불던 사람이 한달만에 11곡을 연주한다는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다른 사람들도 기대를 안했다. "그 중에 10%만 해도 잘하는거예요" 하지만 나도 무대의 환한 조명 아래 우두커니 있는 것은 싫었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계속 손과 입을 돌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트롬본은 하루에 연습할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계속 불어제끼니 골이 울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그러는 사이에 나 자신은 성장해갔는가 보다. 아직 터무니 없는 미완성이지만 이제 두곡만 더 익히면 되는 상황이다. 그 이후에는 반복숙달을 계속해대겠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는 관행(?)처럼 프로 연주자가 온다. 이번에도 4명의 객원 멤버가 참여한다. 트롬본 세션에 진짜 아마추어는 나 혼자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연주회에 대한 나의 목표는 뭘까. 내가 포함된다고 연주가 풍성해질리는 없다. 그들의 연주에 어떻게든 같이 탑승하는 것. 최대한 열심히 해서 소음을 줄이는 것. 어떻게든 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연주가 나의 최선인 셈이니 꼴이 우습다. 가장 완벽한 연주회를 위해서는 내가 불지 않거나, 빠지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내 세상은 어떠한가. 내가 함께 있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것이 있었나.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선생님의 고백처럼, 살아온 흔적이 오염이요. 상처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플러스가 된다기 보다 마이너스를 겨우겨우 줄이는 것이 최대인 삶. 이러한 인간이 사는 게 이공동체에 의미가 있을까. 눈치껏 먼저 빠져줘야 하나. 고민을 하며 나는 연습실로 향했다. 

 

 

 

 

 

 

 

 

 

 

 

 

 

 

 

 

 

 

 

 

 

 

 

 


2026.08.24 10:36

벽지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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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모시고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독을 풀기위해 하루더 휴가를 냈는데, 오후 회의가 생각나서 결국 반차로 바꿔버렸다. 진종일 누웠다 일어나도 아무 일도 없는 날이 하루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지러운 천장의 무늬처럼 아들 사위 팀장 남편 친구 중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사는데, 나는 없고 뭐가 뭐가 너무 많은 날들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장모님이 거의 거동을 못하기겠거니 하고 동선을 짰는데, 아내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을까. 장모님은 꽤 많은 거리를 유격대원처럼 이동하시고, 화도내고 웃기도 하며 가끔 방구도 드륵드륵 끼시며, 희노애락이 넘실대는 여행을 하고 왔다. 

 

다만 장인어른의 고집은 대단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만 있고 만나는 인간관계가 학생들 뿐이라, 답답하고 유도리 없는 것은 이해를 했는데, 지독한 불통과 자기 중심주의, 이게 만약 선생님의 직업병이라면 그야말로 산재신청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나이가 든다고 인격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집들은 큐티클처럼 더 단단해지고 물렁한 사람들이 없으니, 서로 아귀가 맞지도 않는다. 현대 노인의 고립감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실버타운은 정말 생지옥일 것이다. 자기 자랑, 자식 자랑만 하기 위해 틈만 보는 사람들. 그리고 같은 말의 끝없는 반복. 아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   

 

 

 

 

 

 

 

 

 

 

 

 

 

 

 

 

 

 

 

 

 

 

 


2026.08.18 07:17

색의 3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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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일찍 잡는 걸 싫어한다. 한달 전 정도 넉넉하게 잡은 약속에는 이상하게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중첩되는 징크스가 있다. 이번주가 그렇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떠드는 을지 훈련부터 구매하기까지 12단계는 넘게 걸리던 테슬라 입고, 오디션 준비만 한달넘게 걸렸던 오케스트라 입단, 그리고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강원도 고성의 2박3일까지. 한주가 가득차있다  

 

하나씩 나눠보면 별거 아니고 모두 알록달록한 일들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중첩되니 이색 저색 다 섞여 들어간 물감 헹구는 통 같다. 내 마응이 지금 탁하고 검은 쑥색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미칠듯한 걱정이 온다. 이곳에 들어가고 나면, 밀물과 썰물처럼 선율이 느껴지는 나날들이 될 줄 알았는데, 한달 뒤공연이라니. 그것도 무려 10곡. 이제 겨우 16마디 연주하는 실력인 내게는 벽이요 태풍이요 해일처럼 느껴진다. 

 

어떻게든 한달을 버티면 비온 뒤 대나무처럼 쑤욱 커져있으면 좋으련만, 그걸 견디는게 보통일은 아닐 거라는 걸 안다. 회피하지 말고 부디 해피하게 지내기 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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