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계약을 했다. 최근에 주식을 해서 번돈의 1/10을 털었다.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차트의 수익율. 실감이 안났다. 나는 저 엑셀상의 수치가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변하는 걸 보고 싶었다. 클릭 클릭 클릭. 빨갛게 변한 디지털 신호를 바꾸니까 실제로 타고 다닐수 있는 자동차가 생겼어요!
5년전 아내 친구가 시승시켜준 테슬라를 한번 타보고는 깜짝 놀라서, 늘상 테슬라 타령을 하던 나였다. 테슬라 너무 좋아 열두마당을 완창할 수 있는 판소리꾼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고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아내와 함께 테슬라 매장을 나왔을 때도 우린 풀이 죽고 걸음이 무거웠다. 500만원 계약금을 걸고 나서의 다음 단계. 구매를 위한 개인정보 입력도 하지않고 있다. 이게 맞는 건가. 주식이라는 불로소득을 사용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폭죽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큰 돈을 쓰는 일은 확실히 스트레스를 주는 걸까.
20년 넘게 집이 가지고 싶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재작년에 구매했고 빚도 거의 갚아가는 상태다. 그리고 이건 내가 꼭 사고 싶었던 차였다. 운좋게 일확천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둘다 꿈을 이뤘다. 숙제 끝. 더 이루고 싶은게 없는 본격적인 여생의 시작이다. 이제는 소소하게 여행다니고 운동하고 봉사하면서 살면된다.
당연히 즐거워야 하는데 이 기분은 뭘까. 앞으로 더 가지고 싶은게 없는게 허무하고, 죽을 날만 바라는 인생같다. 게임 끝판왕을 깼을 때, 이제 뭐하지 하며 집의 빈공간을 계속 쳐다볼 때의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