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은행 빚을 다 갚았다. 연차수당으로 나온 190만원을 밀어넣고 "이제 빚이 208만원 밖에 안남았다"고 카톡을 보내니, 아내가 그 나머지 돈은 자기가 주겠다며 송금해버렸다.
물론 저금리의 회사 대출이 6천만원 정도 남았고, 매달 내 월급에서 100만원 정도씩 털어가겠지만, 이것도 5년이면 없어진다.
어쨌든 주택담보대출이 사라진거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의 반세기, 50년을 준비해서 서울에 집한칸을 샀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집 한 칸. 이 집을 팔았던 서른 안팎의 젊은 아가씨는 나보다 20년의 세월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게 무언가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서글퍼하지는 말자. 직장에 처음 들어간 서른 살부터 희노애락을 다 겪으며 이 자리에 왔지마는, 하고 싶은 일을 딱히 못한 것도 없다. 단지 집이 없다는데에 내 마음이 좀 묶여 있을 뿐이었다.
직장 동료들에 비해서는 조금 꿀리는 자산일거다. 하지만 뒤늦게 사회 생활을 한 요즘 젊은이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편이요, 저 세계 곳곳의 빈곤한 나라 사람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부를 가지고 사는 셈이다.
사실 빚을 갚았다해도 앞으로 풍족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은퇴하기 전까지 10년의 기간. 그 사이에 5억원 정도를 더 모아야 굴하지 않은 노년 생활 정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는 계산이 섰다. 숨을 고르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또 내일을 위해서. 대학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집장만을 준비하고 노후를 준비하다가 한평생이 다 지나가는 중이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다 갖춘 인생들은 삶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과연 더 의미있는 일로 채워왔을까. 더 충실하고 알차게 살아왔을까. 내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