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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04 01:24

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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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열, 종희, 정식형과 1박2일 순창에 여행을 갔다. 올해초 내가 먼저 제안했던 '칭따오 패키지 여행'이 참 맹숭해서, 이번 일정은 잘 만들어내고 싶었다. 조사를 많이 했고 꼼꼼히 준비한 선택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 순조로운 여행이었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건가 싶기는 했다. 예상을 벗어난 교통정체가 있어서 첫 일정에 도착하는데만 6시간 30분, 다들 너무 피곤해 했고 나는 준비한 스케줄을 쳐내느라 혼자 바둥거렸다. '좋은 여행을 위한 여행'을 하느라 나만 애쓰고 있었다.

 

용궐산 하늘길, 채계산 출렁다리,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경기전이 우리 마음을 들뜨게 하지는 않았다. 순창 다슬기국, 전주 피순대, 현대옥 콩나물국, 진미옥 소바가 우리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좋긴 좋았고, 딱히 나쁜 것도 없었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기에 우리는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어딜가고, 뭘 먹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나이다. 수정방 한병 까 놓고, 아구찜 집어먹으며 계속 떠들던 우리집에서의 두달전 모임이 올해 가장 좋은 여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의 총무로 고생하던 내내 30년전 IVF가 떠올랐다. 대학 시절는 내가 하는 것에 비해 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다.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일은 늘 열심히 하고 고생하는데도, 이상하리민치 딱히 사랑받지 못하던 동아리 후배도 있었다. 온갖 잡일을 끌어 안으며 늘 힘들어 하는 종수. '누가 열심히 하래? 누가 열심히 하고 원망하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지금의 내가 그러고 있었다.  

 

많이 일하고 많이 고생하는 것이 꼭 사랑받는 길은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친해지고 싶고,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격적으로 누수되는 것. 혹시나 사람들을 계속 긁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게 진짜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2026.04.30 16:52

손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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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절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현상이 보여주듯 요즘은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조언이 흔한 시대다. 경계하고 멀어지고 혼자 살아가라는 깔끔한 조언들이 나는 싫다.

 

나는 외로움을 쉽게 견딜 수 있다는 오만한 마음과 오만한 충고들. 

 

컴컴한 방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휴대폰 불빛은 결코 우리 마음을  충만히 채워줄 수는 없다. 

 

 

 

 

 

 

 

 

 

 

 

 

 

 

 

 

 

 


2026.04.28 07:38

맨스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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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니까 상대하기 제일 괴로운 부류는 '아는 척 하는 사람'과 '가르치려 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법이 없다. 

 

그건 그래서 그런거 아냐? 니가 요래서 그런거 아냐? 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사람들. 이런 궁금증에는 아마도 상대에 대한 무시가 잔잔히 깔려있어서 기분이 나쁜걸거다

 

트롬본이나 헬스나 ai 코딩의 경험. ㅈ도 모르면서 도대체 뭐라도 가르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오던 습관들을 동료들에게도 그대로 펼치는 인간들이다.

 

솔선수범.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으면 니가 써서서 보여주면 될터인데.  굳이굳이 남의 인생에만 적용하려고 하는 사람들. 자기 발전은 없고 잔소리만 잔뜩 있는 사람들을 상종하는게 이제는 정말 고단하다. 

 

맨스플레인. 이건 그냥 노화의 일종이라고 치부하긴 하지만, 그렇게 미움을 덜어내려고 하지만. 내 주위에는 이제 이렇게 늙은 사람이 너무 많다. 

 

 

 

 

 

 

 

 

 

 

 

 

 

 


2026.04.20 06:43

팬클럽 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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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에서 처음으로 "죄송한데 노래 좀 작게 불러주실수 있을까요?"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각선 좌석이었는데 중간에도 한번 고개를 돌렸던 걸로 봐서는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나보다. 

 

회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종의 팬클럽 관상인데, 자기를 못 꾸미고, 남은 돈을 여기다가 다 쓰면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스타일. 이런 이들은 공연을 즐기기 보다 촬영하기 바쁘다. 자기의 컨텐츠로는 SNS를 채우기 어려우니까, 셀럽의 특별한 장면을 채워서 관심을 받아보고 싶은 부류다. 

 

공연 내내 남의 목소리에만 신경 썼을테니 얼마나 거슬렸을까. 우리 옆자리 사람은 눈물을 줄줄 흘렸고, 가사를 하나도 잊지 않고 계속 따라불러서 신기하기만 했다. 마음이 넉넉하면 그것도 다 즐길수 있을텐데 말이다  

 

자기도 충분히 멋있어질수 있다. 미남 미녀가 아니면 인상을 좋게하고 개성을 뽐내면 된다. 그런 노력을 안하고, 그저 내 불행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아가며 하루를 메꾸는 인생. 안타까우면서도 되도록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삶이다. 

 

 

 

 

 

 

 

 

 

 


2026.04.20 06:26

패닉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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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7429.jpeg 

 

패닉콘서트에 다녀왔다. 실컷 노래를 따라 불렀다. 2부를 시작했을 때 '그들이 돌아왔다-'는 낮은 내레이션과 함께 부르던 UFO. 김진표의 랩을 따라부를 때는 20대의 한껏치기어린 나로 돌아가는 희열을 느꼈다. 

 

콘서트 4일차여서 멘트할때는 목이 쉰게 보였는데, 50이 넘어서도 절절한 가창력을 보여주던 이적. 어찌보면 젊은 시절보다도 더 잘부르는게 확연했다. 그들도 건재했고 한껏 즐길수 있는 나도 건재한게 느껴져서 즐거웠다  

 

나도 연습해 보고 싶다. 성인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피아노 연습도 하고 싶고, 집 앞에 있는 '그랩더기타'에서 <기다리다>같은 곡을 한달동안 열심히 파고도 싶다. 그러다가 슬쩍 우연히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상상까지 해봤다. 하고 싶은게 줄을 섰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 같다 

 

나도 내 음악을 만들고 싶다. 신에 대한 질문, 창조주의 무심함에 대한 하소연과 통곡을 담아보고 싶다.

 

하지만 우선 트롬본을 마스터하자. 그래야 다음 악기를 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순한 연습을 반복할줄 아는 사람만큼 무서운 사람은 없다고 한다. 우선은 그런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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