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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9 06:34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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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꿈을 꾸다가 깼다. 그런데 오랜만에 악몽을 꾸지 않았았다. 평화로운 새벽이었다  

 

그동안 내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을 왜 꾸는걸까 의문을 품고 살았다. 마치 누군가 악의적으로 디자인한 것처럼 최악의 상황에 나를 밀어 넣는 꿈. 침대에서 뱀도 나오고, 운전하는데 브레이크도 밟히지 않고, 서류가 잘못됐다며 군대 내무반에 다시 신병으로 불려지는 꿈    


사람들은 쉽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걸꺼야"하고 지나가는데 나에겐 답이 되지 못했다. 진회론적으로 생각해봐도 내가 나를 공격하는 이런 짓을 왜 하는걸까 싶었다. 

 

오늘 문득 그 해답을 찾은 것 같다. 내 마음이 황폐하니 내가 그리는 세상이 그 정도인거다. 힘든 사람이 그리는 그림이 까맣고 날카롭고 엉망징창인 것처럼, 힘든 내가 창조주로 만드는 세상이 그런 지옥인거다. 

 

 

 

 

 

 

 

 


2026.01.26 08:04

waldeinsank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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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아인장카이트

독일어에 있는 ‘숲 고독’이라는 단어다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아침에 창문 열어 두듯이 

내 마음에 작은 바람길 하나 터 놓는 것

그래야 살랑살랑 봄이 찾아올것 같다

 

 

 

 

 

 

 

 

 

 

 

 

 

 


2026.01.19 00:53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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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일기에 기특한 이야기를 적어내려갈 때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생각을 나누고, 공감받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관광객이 즐비한 명동 한복판에서 시를 읽는 것처럼 우스울 것 같다. 단념하고 결국 나만의 공간에 생각을 모아 놓는다.

 

인스타그램은 그저 볼록한 엉덩이와 튀어나온 가슴이 주목받는 공간이다. 아니면 남들이 보건말건 간에 오늘 먹은 음식이나 다녀온 장소를 전시하는 곳이다. 

 

바짝 깎은 연필처럼 글을 좀더 세련되게 쓰면 될까. 아니다. 지성이 필요하지가 않다. 허지웅 같은 명문장가도 무지성의 인간들에게 돌을 얻어맞는 공간이다. 거긴 그런 놀이터가 아니다. 

 

 

 

 

 

 

 

 

 


2026.01.19 00:01

주말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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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도 없이 주말이 후루룩 지나갔다. 아침엔 트롬본을 불고, 낮엔 성남 어머니 집에 다녀오고, 오후엔 운동하고, 저녁엔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잠들었더니 어느새 밤이다. 

 

인생도 이렇게 끝나려나. 개그콘서트 이태선 밴드가 연주하던 음악처럼 "띠디딩~띵" 밝은데 슬픈행진곡이 주말밤 내 마음속에선 들린다. 내 장례식 병풍 뒤에서 혼자 듣고 킥킥 댈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회사에 간다. MBC의 매출은 심각하게 떨어지고 있다. 17년 전 입사할 때만 해도 '장원급제'. 돈걱정 없는 평생 직장을 얻은 것 같았는데, 요즘은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수가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 

 

총 20여년의 직작생활을 했다. 낮은 골짜기가 봉우리가 되고 봉우리가 다시 골짜기가 되는 업계의 변화가 4-5번은 있던 것 같다. 울고웃는 파도 속에서 인간이 한 홉의 좁쌀처럼 둥둥 떠다니는데. 위화의 소설 '인생'처럼 엎치락 뒷치락, 누가 일부러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는 것 같다.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 세상. 그 안에서도 계속 추구하는 가치가 돈이 아니라 내 철학이었으면 좋겠다.  나로서는 그것 말고 해볼바가 없다. 

 

 

 

 

 

 

 

 

 

 

 

 

 

 

 

 


2026.01.16 23:55

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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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은행 빚을 다 갚았다. 연차수당으로 나온 190만원을 밀어넣고 "이제 빚이 208만원 밖에 안남았다"고 카톡을 보내니, 아내가 그 나머지 돈은 자기가 주겠다며 송금해버렸다. 

 

물론 저금리의 회사 대출이 6천만원 정도 남았고, 매달 내 월급에서 100만원 정도씩 털어가겠지만, 이것도 5년이면 없어진다. 

 

어쨌든 주택담보대출이 사라진거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의 반세기, 50년을 준비해서 서울에 집한칸을 샀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집 한 칸. 이 집을 팔았던 서른 안팎의 젊은 아가씨는 나보다 20년의 세월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게 무언가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서글퍼하지는 말자. 직장에 처음 들어간 서른 살부터 희노애락을 다 겪으며 이 자리에 왔지마는,  하고 싶은 일을 딱히 못한 것도 없다. 단지 집이 없다는데에 내 마음이 좀 묶여 있을 뿐이었다.

 

직장 동료들에 비해서는 조금 꿀리는 자산일거다. 하지만 뒤늦게 사회 생활을 한 요즘 젊은이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편이요, 저 세계 곳곳의 빈곤한 나라 사람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부를 가지고 사는 셈이다. 

 

사실 빚을 갚았다해도 앞으로 풍족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은퇴하기 전까지 10년의 기간. 그 사이에 5억원 정도를 더 모아야 굴하지 않은 노년 생활 정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는 계산이 섰다. 숨을 고르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또 내일을 위해서. 대학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집장만을 준비하고 노후를 준비하다가 한평생이 다 지나가는 중이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다 갖춘 인생들은 삶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과연 더 의미있는 일로 채워왔을까. 더 충실하고 알차게 살아왔을까. 내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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