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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24 01:31

방광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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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급하게 장인어른의 수술실로 달려갔다. 원래는 앞에 수술이 3개가 더 잡혀있다고 해서 오후에나 진행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뀐거다. 

 

장인어른의 입원기간 동안 우리는 몸이 안좋은 장모님을 집에 모시기로 했는데, 아침내내 이것저것 챙겨 드리느라 장인어른의 전화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얼마나 외롭게 수술실에 들어가셨을까. 그 뻔한 서운함을 뚝뚝 흘리면서, 침대에 올라 천히 밀려가셨으리라. 아버지는 방광암보다 우리의 방관함을 더 미웠했을지 모른다.   

 

급하게 오전 반차를 내고 운전을 했다. 거의 한번의 멈춤도 없이 미끌어지듯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래저래 5층 수술실 앞을 지키다보니 30분만에 아버지가 나오셨다. 아버지는 기름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우리를 보자 출근은 안하고 왜 여기왔냐고 나무랐지만, 못난 딸과 사위가 쭐레쭐레 서있는 모습이 반가우셨는가보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면회는 채 5분도 넘지 모했다. 우리는 의사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간호사는 보호자를 쫓아내기에 바빴다. 수술 경과는 의사선생님이 환자 본인한테 전할테니, 그 쪽을 통해서 들으라했다. 


최근 몸이 안 좋은 장모님을 모시느라 양쪽을 볼볼 겨를이 없는걸 아시고 아버지는 씩씩하게 간호통합병동을 택했다. 그야말로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인 것이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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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유산이라고 불리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그야말로 꾸역꾸역. 먹기 싫은 밥을 입에 밀어 넣듯이 삼켜버렸다. 

 

처음에는 분명 니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하는 마음으로 덤볐다. 주말이면 다 읽으리라 생각했는데, 한달이 걸려도 진도가 안나가는 중이다. 총 3권중에서 이제 上권을 끝냈는데, 이마저도 당분간은 휴지기를 가질 것 같다.

 

번역이 너무 어렵고, 등장인물도 너무 헤깔리는 것은 기본인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글자마다 원고료를 받느라 길게 늘려 썼다더니, 정말 쓸데 없어 보이는 맥거핀이 많았다. 천하의 도스토예프스키가 혓바닥이 이렇게 길다니. 

 

나는 어쨌든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대심문관' 챕터에 도달했는데, 생각보다 격정적이지는 못했다. 신이 만든 모순적이 세상에 대한 대한 사제의 원망. 젊은 시절이라면 이 '혁명의 외침'에서 벌떡 일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빠에게 자기 불행의 모든 것을 전가하는 아들의 푸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가 늙은 건지,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이 늙은 건지 모르겠다. 

 

 

 

 

 

 

 

 

 

 

 

 

 

 

 

 

 

 

 


2026.02.24 01:02

2026년 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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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는 어머니를 성남에서 모시고 왔다. 엄마는 곱게 1박2일을 우리집에서 지내다 성남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형수가 명절동안 전라도에 내려가 편찮으신 부모님을 돌보신다고 했고, 형은 그게 좀 미안했는지 명절날 뷔페에 가자고 했다. 

 

우리는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LA갈비와 부채살 스테이크와 해산물 같은게 푸짐하게 나왔다. 식사비로 50만원 돈이 나왔지만, 보통 LA갈비를 만드는데 30만원이 드니까, 이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일수도 있다. 

 

하지만 아내는 음식을 먹고 누워서 심심한 TV를 보는 그 느슨함이 없는게 서운하다고 했다. 올해 TV에서는 <운명전쟁 49>라는 해괴한 프로그램을 했는데, 점쟁이 49명이 나와서 누가 용한지 가리는 골때리는 서바이벌이었다. 식구들이 한창 넋을 놓고 보고 있는데 

 

"뷔페 갈 시간이야"

 

마치 업무 시작하듯이 일제히 일어나 움직이는 것이 아내는 아쉬웠다고 한다. 명절 특유의 게으름이 사라지고 좋은 음식을 먹기위한 실용적인 움직임만 남은 것 같다는 거다. 

 

아내는 함께 '왕과 사는 남자'를 단체 관람하자고도 했는데, 몸이 고단한 엄마가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착한 형은 엄마와 함께 성남의 좁은 집으로 돌아갔고, 거기서 장성한 조카 둘과 하룻밤을 더 보냈다. 이제 스물이 넘은 조카들은 마루에서 이불을 펴고 잤을거다.

 

편안한 분당의 집으로 모실수 있는데, 그냥 엄마가 더 편한 장소를 택한거다. 이런 비합리, 이런 어리석음 같은 게.  가족이 함께 사는 방식인 거 같다. 

 

 

 

 

 

 

 

 

 

 

 


2026.02.03 08:16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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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워

김장하는 엄마 배추속 헤아리듯이

안도현 시집 몇장을 넘겨갔다

 

하루는 갈라진 배추처럼

쩍하니 시작되지만

달큰한 잎사귀 하나 뜯어먹고

감탄하는 마음으로 출근한다

 

 

 

 

 

 

 

 

 

 

 

 

 


2026.02.01 12:25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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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트롬본 레슨을 마치고 성남에 가서 엄마랑 햄버거를 먹었다. 매운것 하나 순한것 하나를 사서 갔는데, 뭘드시겠냐고 했더니 엄마가 반반 나눠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맛도 먹고 저맛도 먹고. 엄마는 맛있게 매운맛이라며 좋아했다. 


 엄마에게도 욕망이 살아있고 희노애락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이후로 엄마의 공간은 정말 19평 작은 집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자식은 부모를 쉽게 포기한다. 엄마의 욕망, 엄마의 감각을 다 깨워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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