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살때는 가난한 줄을 몰랐다. 스무살이 되도록 집은 공동화장실을 썼고, 샤워기 하나 없이 세숫대아만 있던 집이라 주말이면 대중탕에 갔다. 번번한 책상도 없어서 잔칫상에서 공부해야했던 내방. 보일러가 터졌는데도 고치지를 않아서, 놀러온 효준이 형이 "밖에서 자는 것에 비해 바람이 안부는 것 말고는 나은게 없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몇백원 용동으로 라면도 사먹고, 엄마가 책을 산다고 하면 군소리 없이 돈을 주셔서 학생으로서는 딱히 궁핍할 것도 없었다. (물론 책값을 속인적도 없다). 가끔 엄마를 졸라서 타낸 용돈으로 고민고민고민을 더해 계절에 한번쯤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사는 수준이었지만, 다들 교복을 입던 때라 그것도 티가 나지는 않았다.
밤이면 동네 여기저기서 살림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부엌칼을 들고 쫓아오는 남편을 피해 맨발로 도망가는 아줌마들을 볼때면 그래도 하꼬방 집에서 화목하게 사는 우리 형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히려 요즘 가난을 제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한달에 열번 넘게 "하이닉스에 계속 다녔으면 지금..."이라는 조롱 섞인 소리를 듣는다. 그동안은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 수준이었는데, 전문대 출신의 내 부사수가 지금 연봉 3억을 받는다며 “그러면 MBC 사장만큼 받는다”는 소리에 실감이 났다.
옛 시절에 비해서 밥을 못먹는 것도 아닌데, 빚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지금 내 가난은 부러움의 감정이자 질투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