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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16 23:55

주택담보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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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은행 빚을 다 갚았다. 연차수당으로 나온 190만원을 밀어넣고 "이제 빚이 208만원 밖에 안남았다"고 카톡을 보내니, 아내가 그 나머지 돈은 자기가 주겠다며 송금해버렸다. 

 

물론 저금리의 회사 대출이 6천만원 정도 남았고, 매달 내 월급에서 100만원 정도씩 털어가겠지만, 이것도 5년이면 없어진다. 

 

어쨌든 주택담보대출이 사라진거다. 다른 말로 하면 나의 반세기, 50년을 준비해서 서울에 집한칸을 샀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쉬운 집 한 칸. 이 집을 팔았던 서른 안팎의 젊은 아가씨는 나보다 20년의 세월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게 무언가 허무하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서글퍼하지는 말자. 직장에 처음 들어간 서른 살부터 희노애락을 다 겪으며 이 자리에 왔지마는,  하고 싶은 일을 딱히 못한 것도 없다. 단지 집이 없다는데에 내 마음이 좀 묶여 있을 뿐이었다.

 

직장 동료들에 비해서는 조금 꿀리는 자산일거다. 하지만 뒤늦게 사회 생활을 한 요즘 젊은이들에 비해서는 그나마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편이요, 저 세계 곳곳의 빈곤한 나라 사람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부를 가지고 사는 셈이다. 

 

사실 빚을 갚았다해도 앞으로 풍족하게 살 것 같지는 않다. 은퇴하기 전까지 10년의 기간. 그 사이에 5억원 정도를 더 모아야 굴하지 않은 노년 생활 정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는 계산이 섰다. 숨을 고르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  

 

내일을 위해서 또 내일을 위해서. 대학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집장만을 준비하고 노후를 준비하다가 한평생이 다 지나가는 중이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다 갖춘 인생들은 삶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과연 더 의미있는 일로 채워왔을까. 더 충실하고 알차게 살아왔을까. 내가 감히 가늠할 수도 없는 세계다. 

 

 

 

 

 

 

 

 

 


2026.01.13 01:37

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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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집을 4권정도 샀다. 아내가 요즘 자주 간다는 <오케이어 맨션>에서 최근에 고른 시집들이다.


 한눈에 봐도 큐레이션이 좋아보였다. 내가 읽은 책들도 있었는데, 모두 남에게 추천할만큼 좋은 것들이었다. 사장님의 안목이 괜찮은 서점은 반갑다. 얼른 다 읽고 또 다른 책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 

 

오늘 읽은 이상국 시집도 너무 훌륭했다. 그동안 미래파 시인들의 괴식 같은 헛소리를 어떻게든 씹어보려다 화만 내왔던 나.  이렇게 엄마가 끓여준 누른 밥 같이 소화가 잘 되는 문장들을 읽으니 너무 편안하다. 기막힌 구절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 

 

 

 

 

 

 

 

 

 


2026.01.13 01:26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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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까 이제는 재산이 성적표가 된다. 비슷한 연배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애들도 노인도 어른에 대해서는 그렇게 쳐다본다. 돈 잘버는 훌륭한 사람. 가난하고 한심한 사람. 


존경과 무시가 맞바람처럼 와 부딪힌다. 인격도 태도도 성품도 취향도 심지어 학벌도 뒷전으로 가는 나이가 된게 실감된다   

 

밖에는 눈이 내린다. 공공기관에서 심어놓은 화단에도 눈이 쌓인다. 사람들이 돈을 세느라 돈을 벌 궁리를 하느라 거져오는 것을 쳐다보지 못하는 밤이다. 

 

 

 

 

 

 

 


2026.01.11 23:58

가난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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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살때는 가난한 줄을 몰랐다. 스무살이 되도록 집은 공동화장실을 썼고, 샤워기 하나 없이 세숫대아만 있던 집이라 주말이면 대중탕에 갔다. 번번한 책상도 없어서 잔칫상에서 공부해야했던 내방. 보일러가 터졌는데도 고치지를 않아서, 놀러온 효준이 형이 "밖에서 자는 것에 비해 바람이 안부는 것 말고는 나은게 없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면 몇백원 용동으로 라면도 사먹고, 엄마가 책을 산다고 하면 군소리 없이 돈을 주셔서 학생으로서는 딱히 궁핍할 것도 없었다. (물론 책값을 속인적도 없다). 가끔 엄마를 졸라서 타낸 용돈으로 고민고민고민을 더해 계절에 한번쯤 중저가 브랜드의 옷을 사는 수준이었지만, 다들 교복을 입던 때라 그것도 티가 나지는 않았다. 

 

밤이면 동네 여기저기서 살림부서지는 소리가 났고, 부엌칼을 들고 쫓아오는 남편을 피해 맨발로 도망가는 아줌마들을 볼때면 그래도 하꼬방 집에서 화목하게 사는 우리 형편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오히려 요즘 가난을 제일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한달에 열번 넘게 "하이닉스에 계속 다녔으면 지금..."이라는 조롱 섞인 소리를 듣는다. 그동안은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보내는 수준이었는데, 전문대 출신의 내 부사수가 지금 연봉 3억을 받는다며 “그러면 MBC 사장만큼 받는다”는 소리에 실감이 났다. 

 

옛 시절에 비해서 밥을 못먹는 것도 아닌데, 빚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지금 내 가난은 부러움의 감정이자 질투의 감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절이다. 

 

 

 

 

 


2026.01.10 20:17

2026년 다이어리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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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다이어리를 샀다. 그 옛날 교회에서 나눠주던 구역장 수첩하고 비슷한 스타일이다. 매일 쓸수 있는 일기가 365장 넘게 있는 두툼한 양장본인데도 가격이 13,500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누군가 고집스럽게 기획한 흔적이 역력하다. 다이어리 뒷편에는 지하철 노선도, 대한민국 전도, 도량형환산표와 봉투쓰는 법까지 담겨져 있다. 인터넷으로 딸깍하면 다 나오는 정보인데도, 이것만큼은 실어야 한다는 다이어리의 품세 같은게 느껴졌다.  

 

나이가 드니까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공기 중에 흩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생각들은 어지러진 책장처럼 사방에 널려져있는데, 책을 정리하듯이 가지런히 하루하루를 꽂아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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