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참 한가했다. 일거리가 전혀 없는 날은 오랜만이다. 주식창을 새로고침 하거나 유튜브를 깨작대다가, 너무 공짜로 월급 받는 느낌이라 눈치가 보였다.
뭔가 일 같은 걸하는 척 하고 싶어서, 창곤이에게 주기로 한 권순표 선배의 책을 완독해 버렸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 그는 아침에 명상을 하고, 하루에 한끼를 먹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퇴근후에는 정치와 관련된 뉴스를 보지 않는다. 이제 60이 가까운 나이인데, 삶의 규칙이 있고 패턴이 분명한 사람이라는게 좋았다. 그의 깐깐한 흑백논리도 시원해 보였다.
어린시절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정언명령에 순복했다. 내 인생에는 된다 안된다가 확실했다. 옳은 것을 찾아 따르려고 했고, 불완전한 내가 그 실마리를 찾아 분투하는게 즐거웠다. 그래서 무수한 원칙과 알고리즘, 순서도가 존재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엄격했다.
가끔 온라인 장기를 둔다. 나는 고작 13급이지만 누가 잘두는 지는 어렴풋이 알겠다. 고수는 가려는 길이 분명하고, 하수는 상대방이 놓는 수에 반응만 하다가 죽는다. 요즘 내 삶이 그렇다. 방향 없이 그 순간 순간만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게 전부다
그래서 어떤 인생이 되고 싶은건데? 요즘 나는 대답을 못하겠다. 어느새 버그가 가득한, 서로 상충되는 비논리적 루프가 나라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하루하루가 모순이 득시글 득시글한 코딩으로 가득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