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2026.09.02 07:55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도 새벽 5시에 연습을 나갔다. 하도 연습하는데 지치고 이제는 쉰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간단한 기본기 연습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무작정 연습했을 때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버겁게 완주하던 연습곡들이 쉽게 불어져 신기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구겨 넣었더니 이런 기술들이 어느새 나에게 입력이 되었나보다. 

 

고작 16마디 불던 사람이 한달만에 11곡을 연주한다는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다른 사람들도 기대를 안했다. "그 중에 10%만 해도 잘하는거예요" 하지만 나도 무대의 환한 조명 아래 우두커니 있는 것은 싫었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계속 손과 입을 돌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트롬본은 하루에 연습할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계속 불어제끼니 골이 울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그러는 사이에 나 자신은 성장해갔는가 보다. 아직 터무니 없는 미완성이지만 이제 두곡만 더 익히면 되는 상황이다. 그 이후에는 반복숙달을 계속해대겠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는 관행(?)처럼 프로 연주자가 온다. 이번에도 4명의 객원 멤버가 참여한다. 트롬본 세션에 진짜 아마추어는 나 혼자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연주회에 대한 나의 목표는 뭘까. 내가 포함된다고 연주가 풍성해질리는 없다. 그들의 연주에 어떻게든 같이 탑승하는 것. 최대한 열심히 해서 소음을 줄이는 것. 어떻게든 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연주가 나의 최선인 셈이니 꼴이 우습다. 가장 완벽한 연주회를 위해서는 내가 불지 않거나, 빠지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내 세상은 어떠한가. 내가 함께 있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것이 있었나.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선생님의 고백처럼, 살아온 흔적이 오염이요. 상처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플러스가 된다기 보다 마이너스를 겨우겨우 줄이는 것이 최대인 삶. 이러한 인간이 사는 게 이공동체에 의미가 있을까. 눈치껏 먼저 빠져줘야 하나. 고민을 하며 나는 연습실로 향했다. 

 

 

 

 

 

 

 

 

 

 

 

 

 

 

 

 

 

 

 

 

 

 

 

 


2026.08.24 10:36

벽지무늬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부모님 모시고 2박3일 여행을 다녀왔다. 여독을 풀기위해 하루더 휴가를 냈는데, 오후 회의가 생각나서 결국 반차로 바꿔버렸다. 진종일 누웠다 일어나도 아무 일도 없는 날이 하루만 있었으면 좋겠다. 어지러운 천장의 무늬처럼 아들 사위 팀장 남편 친구 중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사는데, 나는 없고 뭐가 뭐가 너무 많은 날들이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장모님이 거의 거동을 못하기겠거니 하고 동선을 짰는데, 아내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을까. 장모님은 꽤 많은 거리를 유격대원처럼 이동하시고, 화도내고 웃기도 하며 가끔 방구도 드륵드륵 끼시며, 희노애락이 넘실대는 여행을 하고 왔다. 

 

다만 장인어른의 고집은 대단했다. 선생님들이 교실에만 있고 만나는 인간관계가 학생들 뿐이라, 답답하고 유도리 없는 것은 이해를 했는데, 지독한 불통과 자기 중심주의, 이게 만약 선생님의 직업병이라면 그야말로 산재신청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나이가 든다고 인격이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고집들은 큐티클처럼 더 단단해지고 물렁한 사람들이 없으니, 서로 아귀가 맞지도 않는다. 현대 노인의 고립감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 실버타운은 정말 생지옥일 것이다. 자기 자랑, 자식 자랑만 하기 위해 틈만 보는 사람들. 그리고 같은 말의 끝없는 반복. 아 생각만 해도 골치 아프다.   

 

 

 

 

 

 

 

 

 

 

 

 

 

 

 

 

 

 

 

 

 

 

 


2026.08.18 07:17

색의 3원색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약속을 일찍 잡는 걸 싫어한다. 한달 전 정도 넉넉하게 잡은 약속에는 이상하게 피할 수 없는 일들이 중첩되는 징크스가 있다. 이번주가 그렇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떠드는 을지 훈련부터 구매하기까지 12단계는 넘게 걸리던 테슬라 입고, 오디션 준비만 한달넘게 걸렸던 오케스트라 입단, 그리고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강원도 고성의 2박3일까지. 한주가 가득차있다  

 

하나씩 나눠보면 별거 아니고 모두 알록달록한 일들이다. 하지만 한꺼번에 중첩되니 이색 저색 다 섞여 들어간 물감 헹구는 통 같다. 내 마응이 지금 탁하고 검은 쑥색이다. 

 

특히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미칠듯한 걱정이 온다. 이곳에 들어가고 나면, 밀물과 썰물처럼 선율이 느껴지는 나날들이 될 줄 알았는데, 한달 뒤공연이라니. 그것도 무려 10곡. 이제 겨우 16마디 연주하는 실력인 내게는 벽이요 태풍이요 해일처럼 느껴진다. 

 

어떻게든 한달을 버티면 비온 뒤 대나무처럼 쑤욱 커져있으면 좋으련만, 그걸 견디는게 보통일은 아닐 거라는 걸 안다. 회피하지 말고 부디 해피하게 지내기 만을 바랄 뿐이다. 

 

 

 

 

 

 

 

 

 

 

 


2026.06.17 07:43

열역학 제 2법칙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JTBC가 사실상 부도가 났다. 경쟁사가 무너졌으니 꼬숩다 할 게 아니다. 이제는 방송 산업이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조중동의 일부. 종편에 있다가 손석희의 뉴스룸으로 급부상. 최순실 사태와 정권 교체. 영화 같은 드라마들. 왜 저 회사로 안갔을까. 한동안은 JTBC에서 했던 스카우트 제안을 거절했던 걸 후회하기도 했는데. 세옹지마. 세상이 또 이렇게 흘러가 버린다. 

 

그리고 또 한군데의 회사. 전직장 하이닉스의 이야기를 최근 많이 듣는다. 나는 3년째 (멍청한) 팀장 역할을 하고 있으니, 딱히 하이닉스 홍보팀 시절 사무 업무와 하는 일이 다르지도 않다. 방송국의 PD라는 타이틀은 어느 자리에서건 늘 자부심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연봉 10억이상의 차이를 뛰어 넘을 만큼 대단한 위치인가를 생각해 보기도 하는 중이다. 

 

신이 아닌 이상, 인간이 후회하지 않는 일만을 고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나는 늘 그 자리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했지만, 실수도 하고 오판도 하면서 길을 만들어왔다. 대충 한 70점짜리 인생인 것 같다.

 

과연 100점짜리 무오류의 인생이면 즐거웠을까. IMF. 집값 폭등. 종편의 성장. 비트코인. 반도체 초호황. 과거로 돌아가서 이 모든 일의 결과를 알고 척척척 내 포지션을 옮겼다면 마냥 신이났을까. 아니다. 공략집을 보고나서 하는 롤플레잉 게임처럼 시시했으리라. 나는 자유도가 있는 내 삶이 더 괜찮은 것 같다. 

 

이럴 때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한다. 그건 분명 비도 맞고 고생도 하고 더위에 헉헉대던 고생스러운 여행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끝까지. 매일매일 800KM를 택시타고 안락하게 여행했다면 그게 더 훌륭한 시간이 되주었을까. 당장 물집에 절뚝거리고 있는 순례자들의 부럼움을 샀을지는 모르지만, 최고의 여정은 아니다. 고통도 시행착오도 어이없는 실수도 인생을 그리는 다양한 색의 물감이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사두었던 스페이스 X 주식이 1000배 이상 뛸지도. 아니면 주식이 다 내려앉고 공황이 올지.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미사일을 쏘아댈지도. 확실한 것은 오직 하나. 우리 모두의 마지막은 겸손한 한줌의 흙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만큼 공평한 결말은 없다. 그게 자연의 대섭리. 열역할 제2법칙 엔트로피다. 

 

 

 

 

 

 

 

 

 

 

 

 


2026.05.11 03:48

테슬라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테슬라 계약을 했다. 최근에 주식을 해서 번돈의 1/10을 털었다.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차트의 수익율. 실감이 안났다. 나는 저 엑셀상의 수치가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변하는 걸 보고 싶었다. 클릭 클릭 클릭. 빨갛게 변한 디지털 신호를 바꾸니까 실제로 타고 다닐수 있는 자동차가 생겼어요!

 

5년전 아내 친구가 시승시켜준 테슬라를 한번 타보고는 깜짝 놀라서, 늘상 테슬라 타령을 하던 나였다. 테슬라 너무 좋아 열두마당을 완창할 수 있는 판소리꾼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고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아내와 함께 테슬라 매장을 나왔을 때도 우린 풀이 죽고 걸음이 무거웠다. 500만원 계약금을 걸고 나서의 다음 단계. 구매를 위한 개인정보 입력도 하지않고 있다. 이게 맞는 건가. 주식이라는 불로소득을 사용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폭죽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큰 돈을 쓰는 일은 확실히 스트레스를 주는 걸까.  

 

20년 넘게 집이 가지고 싶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재작년에 구매했고 빚도 거의 갚아가는 상태다. 그리고 이건 내가 꼭 사고 싶었던 차였다. 운좋게 일확천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둘다 꿈을 이뤘다. 숙제 끝. 더 이루고 싶은게 없는 본격적인 여생의 시작이다. 이제는 소소하게 여행다니고 운동하고 봉사하면서 살면된다. 

 

당연히 즐거워야 하는데 이 기분은 뭘까. 앞으로 더 가지고 싶은게 없는게 허무하고, 죽을 날만 바라는 인생같다. 게임 끝판왕을 깼을 때, 이제 뭐하지 하며 집의 빈공간을 계속 쳐다볼 때의 기분이다.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 467 Next
/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