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5시에 연습을 나갔다. 하도 연습하는데 지치고 이제는 쉰소리가 나는 것 같아서 간단한 기본기 연습으로 돌아갔다. 예전에 무작정 연습했을 때 안보이던 것이 보이고, 버겁게 완주하던 연습곡들이 쉽게 불어져 신기했다.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구겨 넣었더니 이런 기술들이 어느새 나에게 입력이 되었나보다.
고작 16마디 불던 사람이 한달만에 11곡을 연주한다는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다른 사람들도 기대를 안했다. "그 중에 10%만 해도 잘하는거예요" 하지만 나도 무대의 환한 조명 아래 우두커니 있는 것은 싫었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계속 손과 입을 돌리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트롬본은 하루에 연습할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계속 불어제끼니 골이 울리고 머리가 터질 것 같으니까. 그러는 사이에 나 자신은 성장해갔는가 보다. 아직 터무니 없는 미완성이지만 이제 두곡만 더 익히면 되는 상황이다. 그 이후에는 반복숙달을 계속해대겠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연주회에는 관행(?)처럼 프로 연주자가 온다. 이번에도 4명의 객원 멤버가 참여한다. 트롬본 세션에 진짜 아마추어는 나 혼자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
연주회에 대한 나의 목표는 뭘까. 내가 포함된다고 연주가 풍성해질리는 없다. 그들의 연주에 어떻게든 같이 탑승하는 것. 최대한 열심히 해서 소음을 줄이는 것. 어떻게든 나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연주가 나의 최선인 셈이니 꼴이 우습다. 가장 완벽한 연주회를 위해서는 내가 불지 않거나, 빠지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내 세상은 어떠한가. 내가 함께 있어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것이 있었나. "슬프다. 내가 사랑한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황지우 선생님의 고백처럼, 살아온 흔적이 오염이요. 상처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도 플러스가 된다기 보다 마이너스를 겨우겨우 줄이는 것이 최대인 삶. 이러한 인간이 사는 게 이공동체에 의미가 있을까. 눈치껏 먼저 빠져줘야 하나. 고민을 하며 나는 연습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