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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1 09:51

오늘은 괜찮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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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참 한가했다. 일거리가 전혀 없는 날은 오랜만이다. 주식창을 새로고침 하거나 유튜브를 깨작대다가, 너무 공짜로 월급 받는 느낌이라 눈치가 보였다.

 

뭔가 일 같은 걸하는 척 하고 싶어서, 창곤이에게 주기로 한 권순표 선배의 책을 완독해 버렸다. <오늘도 괜찮은 하루> 그는 아침에 명상을 하고, 하루에 한끼를 먹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퇴근후에는 정치와 관련된 뉴스를 보지 않는다. 이제 60이 가까운 나이인데, 삶의 규칙이 있고 패턴이 분명한 사람이라는게 좋았다. 그의 깐깐한 흑백논리도 시원해 보였다. 

 

어린시절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정언명령에 순복했다.  내 인생에는 된다 안된다가 확실했다.  옳은 것을 찾아 따르려고 했고, 불완전한 내가 그 실마리를 찾아 분투하는게 즐거웠다. 그래서 무수한 원칙과 알고리즘, 순서도가 존재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엄격했다.

 

가끔 온라인 장기를 둔다. 나는 고작 13급이지만 누가 잘두는 지는 어렴풋이 알겠다. 고수는 가려는 길이 분명하고, 하수는 상대방이 놓는 수에 반응만 하다가 죽는다. 요즘 내 삶이 그렇다. 방향 없이 그 순간 순간만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게 전부다  

 

그래서 어떤 인생이 되고 싶은건데? 요즘 나는 대답을 못하겠다. 어느새 버그가 가득한, 서로 상충되는 비논리적 루프가 나라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다. 하루하루가 모순이 득시글 득시글한 코딩으로 가득차 있다.   



 

 

 

 

 

 

 

 


2026.03.16 17:38

우리말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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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경우, 자막으로 표현되니까 오류나 오기가 바로바로 발견되고 시정됩니다. 아시다시피 라디오는 생방인 경우가 많아서, 휘발성이 강하고, 즉석에서 내뱉는 말에 대해 검수의 과정을 거치기가 힘든데요.

 

또한 문어체보다는 구어체를 많이 쓰고 청취자와의 생생한 교감을 전달하기 위해 생활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문자 소개의 경우, 작가가 많이 다듬어서 정돈된 말을 전한다면 그 생생함은 거세되고 밋밋한 관영방송처럼 변할까 두렵습니다.

 

금일 회의에 참석하기 전 우리말 위원회의 배포 내용을 요약해 전체 제작진들에게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할까 싶습니다.  진행자 교육에 대한 고민이 먼저 되는게 사실입니다. 실제적으로는 아나운서의 역할을 하는 연예인 DJ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아득하고, 시사 프로그램 게스트는 보통 방송 10분전에 오는데 이들을 교육하기가 참으로 힘든게 현실입니다. 

 

라디오 진행자들이 특별한 저항감이 있어서라기보다 다들 무지하기 때문에 순화되지 못한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먼저 제작진들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색한 경우가 아니라면,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토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2026.02.25 06:45

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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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에 없던 말 왕따라는 말이 생기고 왕따가 본격적으로 생겼다. 사람들은 왕따라는 신조어를 들은 후 이학교에서 왕따가 누군지 찾기 시작했다. 없으면 만들었다.








2026.02.24 01:31

방광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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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급하게 장인어른의 수술실로 달려갔다. 원래는 앞에 수술이 3개가 더 잡혀있다고 해서 오후에나 진행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뀐거다. 

 

장인어른의 입원기간 동안 우리는 몸이 안좋은 장모님을 집에 모시기로 했는데, 아침내내 이것저것 챙겨 드리느라 장인어른의 전화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얼마나 외롭게 수술실에 들어가셨을까. 그 뻔한 서운함을 뚝뚝 흘리면서, 침대에 올라 천히 밀려가셨으리라. 아버지는 방광암보다 우리의 방관함을 더 미웠했을지 모른다.   

 

급하게 오전 반차를 내고 운전을 했다. 거의 한번의 멈춤도 없이 미끌어지듯 병원에 도착했는데, 이래저래 5층 수술실 앞을 지키다보니 30분만에 아버지가 나오셨다. 아버지는 기름기 하나 없는 얼굴이었다. 우리를 보자 출근은 안하고 왜 여기왔냐고 나무랐지만, 못난 딸과 사위가 쭐레쭐레 서있는 모습이 반가우셨는가보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면회는 채 5분도 넘지 모했다. 우리는 의사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고, 간호사는 보호자를 쫓아내기에 바빴다. 수술 경과는 의사선생님이 환자 본인한테 전할테니, 그 쪽을 통해서 들으라했다. 


최근 몸이 안 좋은 장모님을 모시느라 양쪽을 볼볼 겨를이 없는걸 아시고 아버지는 씩씩하게 간호통합병동을 택했다. 그야말로 효율을 최우선으로 하는 공간인 것이 실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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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유산이라고 불리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그야말로 꾸역꾸역. 먹기 싫은 밥을 입에 밀어 넣듯이 삼켜버렸다. 

 

처음에는 분명 니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하는 마음으로 덤볐다. 주말이면 다 읽으리라 생각했는데, 한달이 걸려도 진도가 안나가는 중이다. 총 3권중에서 이제 上권을 끝냈는데, 이마저도 당분간은 휴지기를 가질 것 같다.

 

번역이 너무 어렵고, 등장인물도 너무 헤깔리는 것은 기본인데다. 도스토예프스키가 글자마다 원고료를 받느라 길게 늘려 썼다더니, 정말 쓸데 없어 보이는 맥거핀이 많았다. 천하의 도스토예프스키가 혓바닥이 이렇게 길다니. 

 

나는 어쨌든 사람들이 칭송해 마지않는'대심문관' 챕터에 도달했는데, 생각보다 격정적이지는 못했다. 신이 만든 모순적이 세상에 대한 대한 사제의 원망. 젊은 시절이라면 이 '혁명의 외침'에서 벌떡 일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빠에게 자기 불행의 모든 것을 전가하는 아들의 푸념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가 늙은 건지,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이 늙은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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