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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 16:00

시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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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시간에 사무실에 앉아 시집을 읽고 있다. 이제는 정말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나풀나풀 입에서 맴도는 통일벼처럼. 책이 도통 씹히지도 넘어가지도 않았다.

 

그렇게 서너권을  실패하고 나서 꽤 좋은 시인의 책을 잡으니, 이유식처럼 쑥쑥 잘도 넘어간다. 씹는 맛도 좋다. 에라이. 집중력을 잃은 것은 내가 아니라, 요즘 젊은 시인들인가. 싶었다.  

 

 

 

 

 

 

 

 

 

 

 

 

 

 

 

 

 


2026.10.15 09:48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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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_없는_아트워크.png

어제는 개그콘서트를 보러갔다. 참 요란했다. 개그콘서트는 개그를 못 믿는지, 연예인과 방청객을 불러 세워가며 코너를 채우고 있었다. 꽁트가 아니라 버라이어티에 가까웠다

 

요즘은 시집도 화려하다. 시의 힘을 못 믿는지, 출판사에서는 스티커나 책갈피 같은 굿즈를 끼워 판다. 글이 아니라 이미지에 기대는 느낌이다.   

 

나같은 라디오 PD도 비슷한 실수를 하기 쉽다는 것을 안다. 라디오는 음악의 힘을 믿어야 한다. 음악은 토크 사이의 단무지나 춘장, 양념이 아니다.  음악으로 끌고 갈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먼저 믿어줘야 한다. 

 

다시 음악 공부 3일째다. 설레는 음악 찾기 대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2026.10.12 16:29

법인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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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_9244.jpeg놀랍다


법안카드가 사라지고 나서부터

배가 고프다






2026.10.12 07:50

AI와 자유의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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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들은 AI가 인류를 지배할 것이라고 호들갑 떨면서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한다. AI가 음모를 꾸민다느니 인간을 조종하려 한다느니 소리친다. "모든 것을 단순화하기 좋아하는 인문계의 순박한 생각 아닌가?" 의심을 떨칠수가 없다.  

 

나는 아직 AI는 고도의 전산회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의 계산 방식이 아주 복잡하고 다단해서, 천문학적인 과정을 인간이 다 보고 있지 못할 뿐. 그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분한 과정을 걸쳐 결과값을 출력할 뿐이다. 그들의 계산에는 갈등과 고민, 번뇌가 없다. 그리고 사고와 계산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의지'라는 것을 코딩하는 것은 가능할까. 마음을 심는 일은 도대체 얼마나 어려울까. 프로그램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하는 방식. 욕망을 코딩하는 것은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개발자의 심정으로 돌아가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라는 프로그램은 함수로 만들 수 있지만, 좋아하는 감정을 과연 어떻게 집어 넣을수 있단 말인가. 

 

반대로 창조주는 진흙으로 빚은 우리에게 어떻게 그런 마음을 심어주셨을까. 밤새 달뜬 마음, 먼발치에서 보자마자 생기는 두근거림, 고백이 받아들여졌을 때 날아갈 것 처럼 붕뜬 감정까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설계했을까. 어떤 방식으로 코딩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좌절하고 고민하는 우리를 만들고 나서는 얼마나 기뻤을까. 

 

그렇게 만들어진 귀여운 창조물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새로 산 자동차에 이름을 붙이고, 쓰다듬어 주고 하는 이상한 습관과는 아마도 다른 차원일 것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는 AI 창조물에 대해서, 아들의 목숨을 내어준다는 것까지는 도무지 실감이 안난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위해 내 목숨을 내어준다고...  AI와 빗대어 생각해보면, 말은 쉽지만 도무지 믿어지지 않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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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공연이 되면 객원 연주자들이 대거 투입되었는데, "편하게 연주하라"고 내게 말했던 이 프로 연주자들은 정말 편해보였다. 연습 중간중간 게임을 하고 있을 정도였다. 나의 간절함과는 확실히 달랐다. 얼른 2시간 짜리 행사를 마치고, 야구경기를 보러 가자는 그들의 소근거림에 씁쓸한 웃음이 났다.  

 

반대로 나는 공연에 누가 될까 미안했고, 여리게 불어야 하는 피아노 구간에서는 혹시나 연주 전체에 삑사리를 얹힐까 따라부르지 않았다. 내가 더하면 더할수록 공연에는 스크레치가 났다. 창피하기는 싫어 핸드싱크를 하면서도 "침묵도 연주의 일종"이라고 자기 위안을 삼았다. 

 

당연하게도 실력과 태도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그 괴리감이 너무 혼란스럽고 허무한 상태로 날 이끌었다. 그들은 그냥 공연이 잘 되든말든, 얼른 작업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예술 인부였다. 

 

이 공연은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걸까. 객원 연주자들 덕분에 우리의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가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관객들은 놀라워 했고 지휘자님은 우레와 같은 박수에 만족한 것 같았다. 이런 연주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 아직은 내가 잘 몰라서 불편하게 느끼는 걸까. 웬지 보람없는 첫 공연이 끝나자 나는 힘이 쭉 빠져 돌아갔고, 10시간 정도를 내리자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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