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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1 03:48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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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계약을 했다. 최근에 주식을 해서 번돈의 1/10을 털었다.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차트의 수익율. 실감이 안났다. 나는 저 엑셀상의 수치가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변하는 걸 보고 싶었다. 클릭 클릭 클릭. 빨갛게 변한 디지털 신호를 바꾸니까 실제로 타고 다닐수 있는 자동차가 생겼어요!

 

5년전 아내 친구가 시승시켜준 테슬라를 한번 타보고는 깜짝 놀라서, 늘상 테슬라 타령을 하던 나였다. 테슬라 너무 좋아 열두마당을 완창할 수 있는 판소리꾼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고 나서는 마음이 무겁다. 아내와 함께 테슬라 매장을 나왔을 때도 우린 풀이 죽고 걸음이 무거웠다. 500만원 계약금을 걸고 나서의 다음 단계. 구매를 위한 개인정보 입력도 하지않고 있다. 이게 맞는 건가. 주식이라는 불로소득을 사용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나는 폭죽을 터트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큰 돈을 쓰는 일은 확실히 스트레스를 주는 걸까.  

 

20년 넘게 집이 가지고 싶어,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재작년에 구매했고 빚도 거의 갚아가는 상태다. 그리고 이건 내가 꼭 사고 싶었던 차였다. 운좋게 일확천금을 이용할 수 있었다. 물질적으로는 둘다 꿈을 이뤘다. 숙제 끝. 더 이루고 싶은게 없는 본격적인 여생의 시작이다. 이제는 소소하게 여행다니고 운동하고 봉사하면서 살면된다. 

 

당연히 즐거워야 하는데 이 기분은 뭘까. 앞으로 더 가지고 싶은게 없는게 허무하고, 죽을 날만 바라는 인생같다. 게임 끝판왕을 깼을 때, 이제 뭐하지 하며 집의 빈공간을 계속 쳐다볼 때의 기분이다. 

 

 

 

 

 

 

 

 

 

 

 

 

 

 

 

 

 


2026.05.11 03:28

밤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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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이틀에 한번 꼴로 잠을 못 주무신다고 했다. 자다가 새벽에 화장실 다녀오는 걸 거의 열번씩 하신다. 그렇게 밤에 깨면 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하시겠는가. 저녁에 비빔면 먹고 골아 떨여진 나도 이렇게 일기 쓰면서 외로워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요즘 너무 외로워. 라고 말씀하시는 장모님을 위로한답시고, 그럼요. 저도 그러면 외로워요. 몇마디 거들었던 거 같은데. 장모님이 아내한테 낮에 전화를 했다. 유서방이 외로워하는거 같으니까 잘해주라고. 그건 아마도 내가 걱정되서라기 보다 딸이 걱정되서였을거다.

 

장모님은 요즘 정신과 약을 드시고 계신다. 생각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서도 딸을 챙기려는 그 마음이 애틋하고 짠할 뿐이다. 

 

 

 

 

 

 

 

 

 

 

 

 

 

 


2026.05.09 08:39

일희일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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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이 미쳐 날뛴다. 미친년 속옷처럼 펄펄 날아 다닌다. 나도 2년전부터 다시 주식을 하기 시작했다. 어짜피 퇴직연금이라 은퇴할 때까지는 찾을 수도 없는 돈. 그래서 고스톱에 사용하는 사이버머니 같다는 생각에 투자를 했다, 10만원 20만원 쏠쏠하게 버는 재미가 있고,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구경하는 맛도 있었다.

 

AI로 인한 역사적인 반도체의 호황. 퇴직금 2억2천의 시드머니는 이것저것 살을 붙여가더니 어느덧 4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8만원씩 회사에서 부어주던 연금저축은 2년전까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1억원이 되기 직전이다.

 

평화롭던 고스톱판은 날 순순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전체 금액이 커지니 방배정을 다시 해줘 버렸다. 쩜당 1만원에서 100만원짜리로 옮긴 기분이다. 70, 110, 930, 2880, 1310.  이 숫자들이 이번주 내 휴대폰에 찍힌 일일 수익금이다. (*단위 만원) 주식이 하루 1%만 상승해도 현금 400만원이 생기니 후덜덜할 수밖에.

 

나는 상상해본다. 이번주는 이상하리만큼 상승장만 있어 다행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얼마나 맴이 찢어질까. 또 나를 얼마나 자책할까. 2%만 내리면 거의 1천만원의 돈이 삭제된다. 한달 동안 일한 대가가 파랗게 녹아 내리는 거다. 

 

만약 누군가 내게서 이 정도의 돈을 사기쳤다고 하면 어땠을까.  식금을 전폐하고 쓰러져 누워있거나, 칼을 들고 지구 끝까지 쫓아가 죽여버렸을텐데. 주식 시장에서는 핑핑 돌아가는 숫자를 들이대며 내 통장에서 이 만큼의 돈을 줬다 뺐었다 한다. 

 

3개의 앱을 돌아다니면서, 하루에 열번씩은 주식잔고를 확인하고 계속 올라가는 내 총 자산을 들여다 본다. 이 흥분감을 나누고 싶어 미치겠다. 하지만 돈 많이 벌었다고 말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불로소득에 질투를 하거나, 나눠주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사람만 주변에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입이 근질근질 하다. 나는 아마 로또에 당첨되어도 결국 다 털어놓을 한심한 인간이라는 자각을 했다. 

 

아내는 "요즘 완전 눈시깔이 돌았다"고 한다.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다. 아마 진짜 부자들은 이런 초심자의 행운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을 것이다.      

 

 

 

 

 

 

 

 


2026.05.04 01:34

트럼본 수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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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본이라는 악기를 시작한지 6개월. 너무 버거운 악기를 고른 건 아닌가 싶다. 

 

요즘은 특히 몸이 많이 갈리는 걸 느낀다. 어깨 한 쪽이 올라가 허리가  틀어지는 건 기본인데다, 너무 힘을 많이 주고 불어 편두통까지 동반하는 바람에 며칠 악기를 완전히 놓고 쉬기도 했다. 

 

몸이 아프면서까지 취미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계속 갈지말지 요즘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오늘 이런 내 기운을 알아차렸는지, 선생님은 마우스 피스 훈련을 끝까지 밀어 부쳤다. 나도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따라갔는데, 입의 안쪽 천장 깊은 곳까지 떨리는 소리가 났다. 선생님은 '소리를 찾은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나도 좀 달라진 소리를 분명히 느꼈다. 제대로 부는데만 6개월. 이게 맞는 방법인가 싶기도 했다. 앞으로는 또 얼마나 험난할지. 희망보다는 오히려 아득해지는 게 지금의 심정이다. 

 

 

 

 

 

 

 

 

 

 

 

 

 

 


2026.05.04 01:24

여행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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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열, 종희, 정식형과 1박2일 순창에 여행을 갔다. 올해초 내가 먼저 제안했던 '칭따오 패키지 여행'이 참 맹숭해서, 이번 일정은 잘 만들어내고 싶었다. 조사를 많이 했고 꼼꼼히 준비한 선택지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 순조로운 여행이었다. 

 

그러면서도 이게 맞는건가 싶기는 했다. 예상을 벗어난 교통정체가 있어서 첫 일정에 도착하는데만 6시간 30분, 다들 너무 피곤해 했고 나는 준비한 스케줄을 쳐내느라 혼자 바둥거렸다. '좋은 여행을 위한 여행'을 하느라 나만 애쓰고 있었다.

 

용궐산 하늘길, 채계산 출렁다리, 한옥마을과 전동성당, 경기전이 우리 마음을 들뜨게 하지는 않았다. 순창 다슬기국, 전주 피순대, 현대옥 콩나물국, 진미옥 소바가 우리 마음을 충만하게 만들지도 못했다. 좋긴 좋았고, 딱히 나쁜 것도 없었지만, 그 정도로 만족하기에 우리는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어딜가고, 뭘 먹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나이다. 수정방 한병 까 놓고, 아구찜 집어먹으며 계속 떠들던 우리집에서의 두달전 모임이 올해 가장 좋은 여행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의 총무로 고생하던 내내 30년전 IVF가 떠올랐다. 대학 시절는 내가 하는 것에 비해 늘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는 느낌이었다. 고맙다는 말, 수고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고 인기도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일은 늘 열심히 하고 고생하는데도, 이상하리민치 딱히 사랑받지 못하던 동아리 후배도 있었다. 온갖 잡일을 끌어 안으며 늘 힘들어 하는 종수. '누가 열심히 하래? 누가 열심히 하고 원망하래?'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지금의 내가 그러고 있었다.  

 

많이 일하고 많이 고생하는 것이 꼭 사랑받는 길은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친해지고 싶고,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격적으로 누수되는 것. 혹시나 사람들을 계속 긁고 있는 것은 없는지. 그게 진짜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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