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운동을 하고 돌아갔길래
매트 위에 체모가 띄엄띄엄
꼬부라진 털 구부러진 몸을 다리기 위해
비둘기, 전갈, 엎드린 강아지까지
온갖 동물이 마술사처럼 불려진다.
무슨 운동을 하고 돌아갔길래
매트 위에 체모가 띄엄띄엄
꼬부라진 털 구부러진 몸을 다리기 위해
비둘기, 전갈, 엎드린 강아지까지
온갖 동물이 마술사처럼 불려진다.
이대 목동 병원
50대가 되면 누구나 러시안룰렛을 한다
서른 살 무렵
건강검진을 시작할 때는
다들 자신 있게 방아쇠를 당기고
오후 휴가를 즐기러 갔다
스무 바퀴쯤 탄창이 회전하면서
나도 몇 군데 부서를
부서져 가며 돌고
영상의학과 간호사의 리볼버에
사람으로서 총알이 되어 들어간다
어느새 줄어든 약실 구멍
이제 누구 하나쯤
먼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햇볕 아래
신발 참 편하게 생겼네. 어데서 샀어요
신장을 하나 잃은 아주머니가 묻는데도
밤부터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입이
빠스처럼 엉겨 붙어 말은 못하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신은채
먼저 탐험을 떠났다
조금 답답해.요
애써 가락을 올리는 간호사의 주문에
MRI 통이 굴림판처럼 돌아가고
꽝이냐 암이냐
실내 취침이냐 야외 취침이냐
찬 흙을 반쯤 덮고 기다리는 사이
대기실의 사람들이
도시락처럼 겹쳐있고
배달 온 쿠팡 직원은
도미 모양의 스티로폼 접시 위로
천사채를 곱게 깔고
환자 한 명 데리고 나간다
무법자는 체포되었다. 하얀 커튼을 배경으로 한 흔들린 화면. 붉은 얼굴의 사나이는 '신을 가둘 수 있는 법이 어디있는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검은차에 가려져 머리카락 하나 노출되는 일 없이 꽁꽁 숨겨 다른 보호막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다. 그것은 분명 통쾌한 승리의 감정은 아니었다. 이렇게 허무하고 쉽게 될 일인가. 축배를 들자고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줄다리기의 반대편이 갑자기 갑자기 줄을 놓은 것 같다. 모두가 굴러 떨어져서 머쓱하게 주위를 살피는 중이다.
긴장되는 영화의 장면처럼 세상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당장 내일부터 우리는. 누구를 미워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가라데 도장
사포로 얼굴을 문지르는 날씨였다.
겨울보다 꽁꽁
숨어든 대통령이
작년 나이를 한 살 깎아줘
오십이 되기 전에 나는 흰띠를 받았다.
도복은 광목 같았다.
이제 다듬이질을 시작하셔야죠.
정강이가 먼저 알아채고 풀을 먹인 듯 뻣뻣해진다.
내게는 무량수전 대들보
같은 샌드백이
검은띠의 돌려차기에는 구부려 인사하는구나.
여보. 세 달을 묶어 신청하니 도복을 공짜로 줬어.
이번에는 다른 기합을 보여주고 싶어
바람을 가르는 주먹을 내질러 보지만
공기는 그 자리를 금세 메꿔 버린다.
하다마는 것이 하나마나 한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이게 낫지 않냐며
발을 올려 들어 부등호를 만들어도 보고
그래. 니 말이 맞긴 맞지
누구도 맞지 않을 것 같은 발재간을
거실에서
살다마는 인생이 안간힘을 써보는 밤이었다.
에세이를 쓰지 못하는 건, 글솜씨가 없어서도 못 배워서도 아니다. 사람들 사이에 생생한 경험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이다. 모두가 하늘을 날아 다니는 SF적인 미래가 펼쳐지지는 않았다. 대신 이동하는 모두가 작은 스크린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모든 경험을 대신하는 조지 오웰의 시대는 분명히 찾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