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열열히 좋아하던 여학우가 있었다. 사실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밤낮으로 그 친구 생각을 너무너무 많이 하다가 생각이 응축되어, 만나면 늘 청심환 같은 단어들을 던졌다. 결국 부담스러워 떠났던게 생각난다.
요즘 문화센터를 다니며 일주일마다 시 한편씩 쓰는 숙제를 한다. 시는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게 맞는데, 보여주기 위해서 쓰면 촌스럽게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 극장 위에 책상 하나 놓고 관객들 앞에 앉아 있는 것 같다.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지우고 덧붙이고 지우고 덧붙이다 보면,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이상한 청심환이 내 책상 위를 굴러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