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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 상에 올해도 울고 웃으며 떠들썩하다. 방송국의 이익과 기획사의 능력이 범벅된 연말 가요계 시상식에 반기를 들고  거친 들판에 서있는 푸른 소나무 같은 상.  


하지만 우리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던 음악 평론가이자 심사위원 둘이서 '데이식스가 록이냐 케이팝이냐' 이미 종료된 투표를 되돌리려고 두시간동안 옹삭하게 싸우는 장면을 나는 봤다  

 

왜 싸울까. 누군가에게는 열정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원칙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형들말고) 평론가 자신의 영향력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찌질한 생색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게 이럴일인가 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2000년 본고사 입시에서 나는 알바를 했다. 교수들이 얼마나 개판으로 채점하는지를 목도했을 때, 그리고 2014년쯤 인터뷰를 해놓고도 도저히 못 쓰겠다고 생각한 협잡꾼이 진보당의 비례 대표 명부에 올라온 것을 봤을 때.


 이 부실한 리그에 사람들은 권위를 주고, 온갖 감정을 투영하는구나 생각되어 허탈하기만 했다. 이상하게 비슷한 감정이 중첩되는 날이다. 

 

 

 

 

 

 


2025.02.24 00:09

시 문장 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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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간의 시문장 실습이 끝났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도란도란 사랑방 같은 분위기의 말놀이였다. 하지만 대화는 파편적이었고 시는 날카로웠지만 이해하기 힘들었다. 자폐적 문장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당황하는 순간 "너무 재미있고 고칠 것이 없는 시"라는 평들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한 여성은 "나는 너의 밑을 보고싶다"라는 테마를 가지고 시를 썼고, 이는 똥에 관한 시라고 설명을 했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무엇을 쓰던 자유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0대의 어르신의 간단한 코멘트  "저는 처음에 성적인 의미인줄 알았어요"는 자유롭게 넘어가지 못했다  

 

자신의 시에 대한 오독, 여성에 대한 모독에 대해서 끝까지 사과를 받으려는 기세가 역력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더 공부하시면 좋겠어요"라는 선생님의 중재(?)로 마무리 되긴 했다. 누구보다 자유로워야 할  문학 모임이 이토록 파쇼적이라니. 교조주의로 가득했던 90년대 대학의 학회를 보는 것 같아 답답했다.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탄 엘레베이터는 조용했다. 다들 어떤 기분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이 요즘의 시라면 나는 미련없이 돌아서기로 했다. 내 갈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내 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속에서 괴상하게 성장하고 싶지도 않다. 몸을 돌려 우리 집에 꽂혀있는 삼백권의 시집을 본다. 좋다. 나는 지금처럼 거리를 두고 기꺼이 독자로 남으려 한다. 

 

 

 

 

 

 

 

 

 

 

 

 

 

 

 

 

 

   


2025.02.18 17:12

시대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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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장 실습

 

시를 쓰려니

뭍에 나온 별주부처럼

마음이 답답하다

 

길건너 미로네일에서 들고온

큐빅 같은 단어들을

이어붙이지만

반짝여도 빛나지는 않는 이야기에

풀이 먼저 죽는다

 

문장들을 효수하여

높이 걸어 놓을까

아무도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붓으로 흩뿌릴까

 

아랫목에 배 깔고

공깃돌 같은 제목만 주무르는

게으른 아들에게

 

엄마는 미운 기색도 없이

낫 한자루 들고 밭으로 가셨다

 

어젯밤에 곡소리 내며

춤추던 들판에 나가

손톱만큼 아린 고추 부추를

행과 연을 나누지도 않고

북북 베어 거두고

 

아버지의 기관지 같은 우물에서

깊은 한숨 길어 올리시고는

또 휘파람으로 썰고 버무리더니

 

후라이팬에서 엄마는 함께

높이 뛰어올랐다

 

들판은 시가 되어 돌아왔다

 

 

 

 

 

2025.02.13 01:10

공중제비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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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제비 학원

 

 

원장은 아침부터

지하 3층을 달의 공기로 채웠다

땅을 밀어내고

발끝으로 공중을 첨벙대는 수족관

 

커튼을 열어 제친 

토요일 교실의 먼지처럼

시장 골목에 떠다니는

빈 비닐 봉지처럼

다들 공중에 오래 머무르는데

 

나도 잔등이나 이마에 생각을 묻히고

바닥에서 몸을 공굴린다

 

대단한 일 아니라는 듯

자전거 페달처럼 몸을 돌리는 아이를

휴대폰 너머로 보는 

학부형이 나보다 어리다

 

아직 내 몸에서는

하나가 되면 하나가 안되는 

제로섬 게임

 

빈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내딛는 다섯 걸음이 주마등이다

 

어디까지 날아오르려

구름판이라 이름 지은걸까

 

퇴근해도 생각나는 팀들의 일은

가슴팍까지 쌓여졌고

낮부터 소화 안 되는 뜀틀의 말

 

부수지는 못해도

농담처럼 타고 넘길 수는 없었을까

 

소금쟁이처럼 사는 인생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복도를 걷다

공중에

물수제비 하나 그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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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믿지 않지만 윤회를 생각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단단한 땅에서 바쁘게 생활하다가 

부드러운 땅으로 누워 내려온다. 


그래서 식물의 뿌리의 옆에서 

녹아있다가 잎이 되고 

운이 좋으면 보드라운 상추 잎이 되어 

 

누군가의 몸으로 들어가 

살점으로 혈장으로

외롭게 지내다가


또 새나 나무나 

네가 앉아 있는 걸상이 되어 

늦은 밤에 네가 생각하는 것을 쳐다보며 

세상천지 나누어져 이곳저곳 알아가는 

노을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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