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 시상식. 대단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 상에 올해도 울고 웃으며 떠들썩하다. 방송국의 이익과 기획사의 능력이 범벅된 연말 가요계 시상식에 반기를 들고 거친 들판에 서있는 푸른 소나무 같은 상.
하지만 우리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던 음악 평론가이자 심사위원 둘이서 '데이식스가 록이냐 케이팝이냐' 이미 종료된 투표를 되돌리려고 두시간동안 옹삭하게 싸우는 장면을 나는 봤다
왜 싸울까. 누군가에게는 열정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원칙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형들말고) 평론가 자신의 영향력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찌질한 생색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게 이럴일인가 라는 생각이 올라왔다.
2000년 본고사 입시에서 나는 알바를 했다. 교수들이 얼마나 개판으로 채점하는지를 목도했을 때, 그리고 2014년쯤 인터뷰를 해놓고도 도저히 못 쓰겠다고 생각한 협잡꾼이 진보당의 비례 대표 명부에 올라온 것을 봤을 때.
이 부실한 리그에 사람들은 권위를 주고, 온갖 감정을 투영하는구나 생각되어 허탈하기만 했다. 이상하게 비슷한 감정이 중첩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