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목동 병원
50대가 되면 누구나 러시안룰렛을 한다
서른 살 무렵
건강검진을 시작할 때는
다들 자신 있게 방아쇠를 당기고
오후 휴가를 즐기러 갔다
스무 바퀴쯤 탄창이 회전하면서
나도 몇 군데 부서를
부서져 가며 돌고
영상의학과 간호사의 리볼버에
사람으로서 총알이 되어 들어간다
어느새 줄어든 약실 구멍
이제 누구 하나쯤
먼저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햇볕 아래
신발 참 편하게 생겼네. 어데서 샀어요
신장을 하나 잃은 아주머니가 묻는데도
밤부터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입이
빠스처럼 엉겨 붙어 말은 못하고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신은채
먼저 탐험을 떠났다
조금 답답해.요
애써 가락을 올리는 간호사의 주문에
MRI 통이 굴림판처럼 돌아가고
꽝이냐 암이냐
실내 취침이냐 야외 취침이냐
찬 흙을 반쯤 덮고 기다리는 사이
대기실의 사람들이
도시락처럼 겹쳐있고
배달 온 쿠팡 직원은
도미 모양의 스티로폼 접시 위로
천사채를 곱게 깔고
환자 한 명 데리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