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장치가 따로 필요없다. 운동하려고 누웠던 요가 매트가 갑자기 날으는 양탄자가 되었다. 하늘이 빙빙빙 돌고 헛구역질이 나는 순간. 아 올 것이 왔구나. 5년만에 다시 찾아온 녀석. 우측후반고리관 이석증이다.
인간을 죽이는 데는 총, 칼, 낫 같은 단단하고 살벌한 무기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세반고리관 안에 있는 좁쌀보다 작은 구슬이 그 경로를 벗어나기만 해도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번에도 자가 치료법으로 침착하게 고쳐야지 하며 침대가 있는 숙직실에 들어갔다. 아뿔싸. 새벽 방송을 마친 후배가 곤히 자고 있어 불을 켤수도 없었다. 방금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자가 치료 유튜브를 보고 오긴 왔는데 조금 헤깔렸다. 방향이었던가 저 방향이었던가. 조심조심 누워 고개를 돌리던 순간. 움직이지 않던 침대가 갑자기 청룡열차로 변했다. 세상이 뱅그르르 회전하기 시작하자 실제로 몸이 가속도를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의 쇠기둥을 찌그러져라 꽉 잡았다. 손이 땀으로 흥건하더니만, 입안 한가득 토사물이 나와서 결국 다섯번 정도 게워냈다. 토하느라 고개를 숙이는 동작만으로도 계속 헛구역질이 났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