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까미노 길에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사람이 많고. 아침부터 음악을 들으면 그것 자체가 사람을 좀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음악을 좀 아껴두었다가 금일의 목적지에 도착하기 5km전 쯤 기진맥진하기 직전에 틀고는 한다.
오아시스의 노래는 행진곡처럼 나를 이끌고,, 부루노에이저는 무거운 등산화를 신고도 왈츠를 추게 만든다.
사실 오늘은 걷다가 가사에 턱 걸려 넘어져 두번이나 울었다.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인 걸.
자고나면 괜찮아 질거야.
하루는 더 어른이 될테니”
나는 대체 여기를 왜 걷고 있는 걸까. 나는 대체 왜 태어난 걸까. 나는 이 세상에 무슨 쓸모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목구멍을 턱턱 쳐 올려서. 스페인 평원의 한복판에서 울며 걷는 181cm의 사나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