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차
며칠째 비가 내려 고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제 순례길이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탁트인 풍경도 거의 보이지 않고 나무로 어둑한 숲속 길을 걷다가 눈을 들어보면 오늘의 알베르게에 도달해있다.
나는 2회차 순례이기에 예전에 들렸던 장소들도 새록새록하다. 혼자 앉아서 생각했던 곳. 쓸쓸히 앉아 식사 했던 곳, 5년전에도 참 외로웠구나. 그 때의 감정선이 고스란히 타고 들어올 때면, 나를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 나와 친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틀 남았다. 내일은 일행과 떨어져 다시 혼자 걷기로 했다. 이제는 순례길보다 순례길 이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도착하는 날과 그 다음날. 그 주의 회사일정에 대해 조각을 맞추기 시작했다. 매몰되지 않고 잘 살수 있읕까. 우리 인생에 끝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중심을 잡을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