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문장 실습
시를 쓰려니
뭍에 나온 별주부처럼
마음이 답답하다
길건너 미로네일에서 들고온
큐빅 같은 단어들을
이어붙이지만
반짝여도 빛나지는 않는 이야기에
풀이 먼저 죽는다
문장들을 효수하여
높이 걸어 놓을까
아무도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붓으로 흩뿌릴까
아랫목에 배 깔고
공깃돌 같은 제목만 주무르는
게으른 아들에게
엄마는 미운 기색도 없이
낫 한자루 들고 밭으로 가셨다
어젯밤에 곡소리 내며
춤추던 들판에 나가
손톱만큼 아린 고추 부추를
행과 연을 나누지도 않고
북북 베어 거두고
아버지의 기관지 같은 우물에서
깊은 한숨 길어 올리시고는
또 휘파람으로 썰고 버무리더니
후라이팬에서 엄마는 함께
높이 뛰어올랐다
들판은 시가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