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제비 학원
원장은 아침부터
지하 3층을 달의 공기로 채웠다
땅을 밀어내고
발끝으로 공중을 첨벙대는 수족관
커튼을 열어 제친
토요일 교실의 먼지처럼
시장 골목에 떠다니는
빈 비닐 봉지처럼
다들 공중에 오래 머무르는데
나도 잔등이나 이마에 생각을 묻히고
바닥에서 몸을 공굴린다
대단한 일 아니라는 듯
자전거 페달처럼 몸을 돌리는 아이를
휴대폰 너머로 보는
학부형이 나보다 어리다
아직 내 몸에서는
하나가 되면 하나가 안되는
제로섬 게임
빈 마음으로 출발하지만
내딛는 다섯 걸음이 주마등이다
어디까지 날아오르려
구름판이라 이름 지은걸까
퇴근해도 생각나는 팀들의 일은
가슴팍까지 쌓여졌고
낮부터 소화 안 되는 뜀틀의 말
부수지는 못해도
농담처럼 타고 넘길 수는 없었을까
소금쟁이처럼 사는 인생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복도를 걷다
공중에
물수제비 하나 그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