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광장의 플라타나스를 보면서 여름내 호기에 겨워 내뱉었던 말 조국 사회 정의 또, 그리스도의 나라 가지 가지마다 무성한 잎을 만들어내면서 나도 그들과 더불어 꽤나 신이 났었다. 이제 어느덧 날은 쌀쌀해지는데 변변한 열매 하나 제대로 맺지 못한 마디 끝이 허전하고 내가 했던 그 당찬 말들을 지켜나가며 겨울을 보내기에는 나의 뿌리가 너무 얕게 내려져왔던 것을 안다. 이제 슬그머니 놓아버리는 나의 목쉰 정의 발아래 비웃어지는 푸석한 마른 잎으로 남겨지는데 그렇게라도 다가올 추위 속에서 마른 삭정이 같은 가느다란 내 양심이나마 지킬 수 있기를 이젠 부담스러워 그동안의 참 많았던 말 들 그 안에 진실이 조금이나마 담겨있었다면 나를 직면하게 만드는 이 시련 속에서 제대로 썩어지는 거름이 되어다오 그리하여 내 영혼에 훈풍이 돌아올 어느날에는 비틀어진 가지 끝에 나마 그분께 드릴 고운 열매 하나 바랄 수 있도록. 유천. 2000년 10월 19일 새벽에- Facebook Twitter Google Pinterest KakaoStory Band ✔댓글 쓰기 에디터 선택하기 ✔ 텍스트 모드 ✔ 에디터 모드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제목+내용제목내용댓글이름닉네임아이디태그 검색 Search 검색 제목+내용제목내용댓글이름닉네임아이디태그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48 449 450 451 452 453 454 ... 456 Next / 456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