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는 전봇대에 고개 숙이고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 나이 마흔 여덟까지 숫자를 세고 나니 세상이 조용해져 실눈을 떠버렸다. 오래 참은만큼 꿈은 더 깊이 숨어버렸구나. 아빠도 형도 이 좁은 골목에서 술래를 못 찾고 길을 잃었다.
양자역학인가. 꿈은 내가 쳐다보면 늘 거기에 없었다. 나 여기 있는데. 왜? 내가 포기하는 순간, 바라던 인생은 깽깽이 발로 디스코치고 나올테지. 노을에 시뻘겋게 달궈진 우리집 이층 창문이 열린다. 이제는 나도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