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봤던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가 너무 좋았던 걸까. 나는 희곡집을 한권 샀고. 요즘엔 <103개의 모노로그> 같은 독백 모음집을 사서 하루에 한장씩 소리내어 읽어 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연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건 아니다. 저런건 어떻게 하는 걸까 궁금증이 생겨서 자료를 사 보는 정도다.
사실 입을 벌려 글을 읽은지도 오래되었다. 한장을 읽다보면 두세번 정도, 중간중간 혀가 씹히는 곳이 있다. 발성은 그래저래 들어줄만하데, 이것을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게 표현할까. 막연한 답 밖에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 상투적인 높낮이, 연극적인 톤. 아직은 띄어 읽기 정도가 내가 부릴 수 있는 재주의 전부다. 일렬로 늘어선 한글이 갑자기 모스부호처럼 느껴진다. 연기자들은 이 막연한 글자의 행렬 속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찾아간 걸까.
교회 학생회 시절. 중학교 1학년부터 3년간은 형들을 제치고 내가 쓴 대본을 가지고 매년 문학의 밤에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두살 많은 효준이형은 A4 이면지에 볼펜으로 쓴 내 대본을 읽으면서 너무 재밌다고 데굴데굴 굴렀는데, 그런 칭찬 속에서 철없이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메소드 연기같은 것을 하기도 하고, 꽤나 몰두하며 콩트 같은 것을 짰다. 당연히 내가 이런 쪽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을 때마다 그 시절이 자연스레 생각이 난다.
지금도 웃기는 재주는 있는 것 같다. 한장씩 독백을 읽을 때마다, 오그라드는 내 연기력에 아내는 폭소를 뱉어내니까. 대체 멋진 연기란 무엇인가 생각을 한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뭔가 답이 나오려나. 아니면 질문 정도는 분명해지려나. 꽤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