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거르고 커피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유사휘발유를 엔진에 넣고 출근하는 자가용 같다 점심이 되면 모르는 여자가 해준 식당밥을 먹고 내가 언제 벌었는지도 모르는 돈을 내고 헤어지겠지
딱. 우리집이 방음이 안되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창을 굳게 닫고 있었는데도. 지나가는 사람의 라이터 켜는 소리까지 이렇게 선명하게 들릴줄은 몰랐다. 집에 사는 것 같지 않고 마당에 펼쳐놓은 평상에서 사는 것 같다.
40대가 코앞이다 초침소리가 들리듯 초조한 시간이 흘러간다. 방학 일주일 전 처럼 뭔가 검사를 맡아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 같은데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느낌. 4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면 난 잘할 수 있을까.
밤새 달리고, 도망치고, 슬퍼하고, 억울해하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목이 굳었다 밤새 뺑뺑이를 돌고 온 종아리를 주무르듯 왠지 딱딱해진 머리를 손바닥으로 감싸본다. 6개월? 1년? 5년? 최근에 좋은 꿈을 꾸다 일어난 게 언제일까. 아득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악몽같은, 이 패악의 시대에 두다리 뻗고 편히 자는게 이상하긴 하지 명현작용? 이건 오히려 건강한 반응인건가 그래도 간절하다. 몸을 눕혔을 때만이라도, 모른척 사람 좋은 이야기가 내 혈관속에서 흘러다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