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 알려진대로 나는 아재개그를 종종한다. "아재개그는 상대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일종의 정신병"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내 진심이 아니다. 내 성향은 그렇게 가학적인 것이 아니다.
멋진 컬렉션을 가진 우표 수집가의 마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고전과 신상, 수백가지의 아재개그를 장착하고 있다가 상황에 맞는 순간이 찾아오면 '칙' 향수처럼 뿌리는 일. 이제는 T.P.O에 맞는 아재개그를 툭툭 던질 때의 사람들의 경탄이 나오기도 한다. 그게 내가 유지하고 싶은 경지다
이런 아재개그에 대한 최악의 반응은 '웃어주지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미 터져버린 웃음을 통제하려는 것도 별로지만, 묘한 질투심 같은 것이 느껴져 더 싫다. 사실 이런 사람들의 십중팔구는 수분이 지나고 나서, 훨씬 수준 낮은 농담을 본인이 반복해서 던진다. 그저 남이 주목 받는 것을 못 참는 못된 성질만 드러낼 뿐이다
물론 나도 아재개그를 자제할 때가 있다. 아내는 내 농담에 대해서 비교적 후한 리액션을 가진 편인데도 가끔은 "상대방 이야기에 흐름을 끊어버리는 나쁜 습관"이라고 지적한다. 누군가 말하는 중간 관심을 내쪽으로 돌려, 모두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것 같으면 함부로 시도하지 않는다.
아재개그는 작은 카라멜 같은 거다. 차를 타거나 산책하거나, 무료할 때 건네는 용도다. 하지만 상대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메인코스 앞에서는 함부로 꺼내서는 안된다. 대화가 끝나고 나서는 기분 나쁜 단맛만 남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