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맘마미아를 봤다. 루나, 최정원, 박준면, 이현우, 김정민, 송일국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배우들은 무대를 친숙하게 만들었고, 중간중간 펼쳐지는 화음도 훌륭했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 맘마미아는 스웨덴의 그룹 아바의 노래를 차용해서 만든 뮤지컬이다. 본래 뮤지컬을 위해서 아바의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애초에 중간중간 억지스럽게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이걸 한번 더 가공한 채 우리말로 번안해서 부르니,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은 복리 이자처럼 불어났다
옛 사랑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는데 등장하는 Winner takes it all. "승자는 모든 것을 다 가져~"라며 직역한 가사를 늘이고 줄여 멜로디에 끼워맞추는데, 이게 도대체 뭔 말이야.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야말로 원곡 마려웠던 순간이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공연 보는 것이 더 힘들다. 30대 초반에 쇼프로그램 조연출로 일했던 나는 관객석에 앉아 있으면, 무대 위에 배우나 가수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일하는 스탭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기깎기가 맞아야 할텐데, 저기서 전환하는데 얼마나 똥줄이 탈까. 한마디로 일이 먼저 보여 피곤하다.
그리고 신나야 한다는 그 강박관념이 괴롭다. 보통 뛰고 소리지르게 만드는 엔딩 무대들. 차분히 있으면 죄책감 느끼게 만드는 그 구성들 때문에 나는 늘 엇박자로 박수를 치거나. 손을 위로 올린채 바운스를 한다. 배우들을 위해 내가 공연을 해야한다. 이제는 그게 너무 버거운 나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