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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6 07:12

영춘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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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이 형

 

 

비탈길 사람들의 신발은

앞꿈치가 먼저 닳는다

 

성남시 태평동은

대학생들이 뿌듯해지고 싶어

그림을 그리러 오는 동네

 

안방의 실크 벽지에는 그릴 수 없던

편한 세상을

남의 집 담벼락에 열두 병풍 펼치고는

양반 걸음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행복한 그림이

크게 그려진 곳은

북한과 우리 동네 밖에 없을거야

 

그러니 다들 웃어

할머니의 뒷축을 닮아 갈라진 페인트와

팔락거리는 입꼬리는

주차장에서 한 가지 표정으로

일하는 누나를 닮긴 했다

 

눈 내리는 날 

버스 노선도가 바뀌고

술잔도 시멘트 언덕처럼 기울어지면

불행도 자산이 되는 시간이 온다

패자중에 패자가 승자가 되는

불운의 경주가 시작되면

 

영춘이 형은 소주를 마시기 전

숨을 한번 들이키고

무산소 잠수부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오래 머무른다

 

PVC 배관통이 

하늘만 보는 잠망경으로 쓰인 골목은

입 냄새가 날 만큼 서로 가까웠고

 

두고 온 열쇠를 찾으러 옥상을 뛰어넘다

핀볼 게임의 쇠구슬처럼

부딪히다 빠져버린

영춘이 형은

 

이제 평지를 걸을 때도

계단을 걷는 것처럼 한다

 

 

 

2025.02.05 00:59

재판관과 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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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튜브로 재판정을 가끔 구경하는데,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수학자 같았다.  번잡스러운 수사를 거둬 내고 모든 것을 단순화 해서 점선면으로 표현하는 위상수학을 닮기도 했다.


영화 속의 법정처럼 열변을 토하는 장면은 없었지만, 능청스러운 거짓의 언어를 차분히 쪼개고 나누어 그 본질을 또렷하게 보게 만들었다. 나는 계속 감탄하는 중이다. 

 

 

 

 

 

 

 

 

 

 


2025.02.04 22:05

수학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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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난 늘 수학을 92점 96점 맞는 학생이었다. 특별히 몰라서 틀리는 것은 아니었는데 늘 급하게 풀다가 실수가 잦은 편이었다. 나라는 중학생은 채점하다가 아쉬워하기도 하고 책상을 내리치기도 하는 덤벙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문득 "앞으로는 뒤늦게 억울해 하지말고 무조건 100점을 맞아야겠다"는 각성이 생겼다.

 

이후로는 모든 수학 문제를 3번씩 풀며 검산했고, 덕분에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수학은 늘 100점이었다. 어떤 일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는 사실을 일찍 알게 되었다. 

 

 

 

 

 

 

 

 

 

 


2025.02.03 13:54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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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의 시도 창끝이 되어 누군가를 찌르고 싶은데, 고작 둘둘 말려있다가 메롱하고 펼쳐지는 코끼리 피리 같다. 

 

 

 

 

 

 


2025.02.02 08:06

청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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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때 열열히 좋아하던 여학우가 있었다. 사실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밤낮으로 그 친구 생각을 너무너무 많이 하다가 생각이 응축되어, 만나면 늘 청심환 같은 단어들을 던졌다. 결국 부담스러워 떠났던게 생각난다. 

 

요즘 문화센터를 다니며 일주일마다 시 한편씩 쓰는 숙제를 한다. 시는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게 맞는데, 보여주기 위해서 쓰면 촌스럽게 엇나가는 경우가 많다. 극장 위에 책상 하나 놓고 관객들 앞에 앉아 있는 것 같다.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지우고 덧붙이고 지우고 덧붙이다 보면,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닌 이상한 청심환이 내 책상 위를 굴러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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