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랑은 상당히 상황이 다르시다는 건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이..
누차 말했다시피 저는 IVF란 곳을 대학 들어와서야 처음 알았는데요,
모태신앙으로 22년간 한 교회만 다닌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했다는 것은
저희 교회에서 IVF가 매우 낮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되겠습니당.
각설하고,
상기했다시피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지금의 교회를 다녔고요,
덕분에 IVF 내에서는 "부럽다." 라는 반응을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또한 감사한답니다.
하지만, 사실 교회에서의 제 모습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워낙 중고등부 때 교회 일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차치하고라도
영아부에서 청년부까지 함께한 동기들과의 관계마저 거의 전무했으니까요.
선후배간의 관계도 엄청나게 어색해서,
아마, 부모님이 사랑하시는 교회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떠났을 겝니다.
사실 하나님을 만난 것도 교회에서가 아닌
10대 초반 YM에서 주관한 King's Kids프로그램 덕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교회에 빚진 것도 없고, 갚아야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죠.
ㅡ.ㅡ
물론.. 철없던 시절의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반겨주는 친구 한 명 없는 교회를 몇 년 동안 다니다 보면..
참.. 기분 암울해지거든요..
내가 왜 이런 취급 받아야 하나.. 하고..
생각해 보면, 애초에 제가 잘못한 탓이긴 합니다만..
그러다가 작년 IVF에서 어찌어찌하다보니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교회에서의 제 모습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더군요.
저란 놈은 미련하게도 그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는
IVF 동기 한 명에게 교회와 IVF의 관계에 대해 물었더랬습니다.
"야, 나 그냥 교회보다 여기에 신경쓰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친구는 자기도 들은 말이라면서 이렇게 대답해 주더군요.
"막말로, IVF는 대학 4년 다니면 끝이지만 교회는 평생 다니잖아."
다른 커뮤니티였다면 자체심의했겠지만.. 장소가 장소니만치 그냥 옮겼습니다.
암튼,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그 때부터 교회에서 열심히 했죠.
아.. 어렵더군요.
제가 학번 섬김이 하면서 IVF에 뻘쭘한 마음 가진 친구들 죽어라 붙잡은 건
이미 어색해진 관계를 개선하려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지를
그렇게 교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랍니다. ^^;;
이크, 쓰다 보니 제 자랑만 늘어놓은 것 같네요.
사실은 아직도 저는 노력중이고, 그 결과가 썩 만족스러운 것만도 아니랍니다.
하지만, 제게는 "나는 IVFer다." 라는 인식이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노력할 만한 동기가 되었거든요.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되었구요.
참.. 고마운 일이에요.
바라기는, 언젠가 우리 교회에서 누구를 붙잡고든
"IVF" 라고 하면
"아, 인규가 했다는!!" 하는 호의적인 반응이 나오기를 꿈꾸고 있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빚 갚음 같아서.. ^^;;
말처럼 쉬운 건 물론 아니겠지만, 목표야 크면 클수록 좋은 거잖아요.
기도하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꼭 이룰 수 있겠죠..??
아.. 정말 될 것 같은데.. ^^;;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그럼, 모두들 좋은 나날 보내시구요,
IVF로서, 그리고 각자가 섬기는 교회의 일원으로서
멋지게 살아가시길 빌겠습니다.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