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산에 자주 오른다. 술은 약하니까 30분만에 헛소리 발사하기 시작하고. 2시간이 넘어서면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그 대화가 어렵다.
차분차분 빠르지 않은 속도로. 제정신으로 길게 이야기 할수 있는 곳. 끝나고도 허전하지 않은 마음에 낮잠까지 푹 잘수 있는 나만의 낮술. 산이 백번 더 좋다
요즘엔 산에 자주 오른다. 술은 약하니까 30분만에 헛소리 발사하기 시작하고. 2시간이 넘어서면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그 대화가 어렵다.
차분차분 빠르지 않은 속도로. 제정신으로 길게 이야기 할수 있는 곳. 끝나고도 허전하지 않은 마음에 낮잠까지 푹 잘수 있는 나만의 낮술. 산이 백번 더 좋다
오뎅을 포장해오는 길. 아주머니는 뜨겁고 아슬아슬한 마음을 주었다. 흰 봉지 안에서 찰랑대는 울음이 터질까 나는 잔걸음으로 집에 들어간다
닦지도 않은 안경은 하얗게 내버려둔채, 받쳐놓은 신문지가 먼저 울고 난리다. 어제의 손가락 같은 약속을 한입 베어먹고, 아직은 뜨거운 마음을 삼켜삼켜 넘기는. 1인분의 성찬식
등산을 다녀왔다. 찍은 사진을 보니 온통 새카맣게 칠하고 다니는 내 모습이 보였다. 나혼자 겨울
수능 점수가 나온 날. 다들 못처럼 그 자리에 박혀있었다. 어떤 말랑한 위로도 부질 없다는 걸 여드름 투성이의 소년들은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는 것은 없고 더 깊히 박히거나 뽑혀지거나, 우린 다른 길을 갈거라는 걸. 그건 아주 오래된 기억인데도 먼지 하나 묻지 않고 선명하다.
얼마전에 인사 발표가 있었다. 이번엔 분명 내 차례가 아니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이 들썩이며 자리가 변동되는 것을 보니, 이삿날 아침처럼 마음이 어수선하다. MBC에 들어오고 나서는 그냥 항구에 정박된 배 같았는데, 이 배에서 저 배로 나를 밟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생기니 나도 출렁댈 수밖에.
부장이 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부장이 안되고 싶지도 않은 이상한 마음. 무엇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선명하지 않다는 게 멀미를 불러 일으켰다. 계속 나를 증명해야하는 건 고단한 일이다. 좋은 음악을 틀고 마음을 보듬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 찾아온 건데, 나조차도 그런 일들은 이제 애들 놀음처럼 취급하고 있다.
더 단단히 묶어야 할까, 복잡하더라도 꼬인 줄을 풀고 나가야할까. 밥을 먹으며 틀어 놓은 뉴스가 시끄럽다. 아마 다음주엔 더 궂은 날이 올거라고 한다.
한 교실에 80명이나 들어 서 있던 우리네 고등학교 시절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물건. 규왕이 선영이 부부의 뚜쟁이 역할을 한 대가로 받은 콩나물 시루다. 팬트리에서 꺼내보니 먼지가 수북하긴 했지만, 닦으면 제법 사용할만 해보였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몇번 자리를 옮기다가 잃어버린 부품. 물 연결 대롱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물건값 2000원에 배송료 3000원이 아이러니 했지만, 구할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시험 작동할 때만 해도 퐁퐁퐁 힘차게 솟아오르던 물줄기가 막상 연결을 해 놓으니, 뽀글뽀글 공기 방울만 올라오고 반응이 없다. 수중 모터를 조립했다 분해했다, 물을 부었다 뺐다를 몇번이나 했는데 중간에 짜르르르 전기만 한번 오고, 소득이 없었다.
제품 자체가 좀 엉성하게 만들어진 부분이 있는데, 요렇게 하면 되고 저렇게 하면 안되고를 반복하기만 했다. 탕탕탕 몇번 두드리면 다시 화면이 나오는 옛날 TV 수리법까지 시도했지만 그건 너무 원시적인 해법이었나 보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여기저기 펼쳐진 부품과 흥건히 젖은 마루를 보니 한심한 생각에 치우기도 싫었다.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해가지고… 나이 마흔 여덟에 그냥 보잘것 없는 사내가 된 기분이 축축했다.
수고했다고 이런 것도 괜찮은 시도였다고 툭툭 쳐줄 어른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면, 돌아가신 아빠가 좀 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