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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4 05:37

실무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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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악몽에서 깼다.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하고 있던 PD를 그만두고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에 입사했다. 그곳은 폭력이 난무하고 칼을 주고 받는 것이 일상인 살벌한 회사였다. 그 당혹스러움과 긴장감에 오도가도 못하다 진저리 치며 깨어났다.

 

아마도 주말에 임했던 실무면접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으리라. 참가자들만큼은 아니지만 면접관으로서  다른 어느 부서보다 준비를 많이 했다고 자부한다. 내 테이블에는 주요부분을 형광펜으로 칠한 이력서와 개개인에게 맞춤으로 준비한 사전 질문지. 계약직 친구들에 대한 동료 평가까지 두툼한 서류가 올려져 있었다. 

 

이 15분간의 면접은 분수령이 되어 애들의 인생은 갈릴 것이다. 단순히 샛길로 빠져 '경로를 재탐색하겠습니다' 는 안내를 받는 수준이 아니라, 부산이냐 광주냐를 고르는 것처럼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수능 성적표를 받은 날이 기억이 난다. 우리는 무거운 시멘트 전봇대가 머리 위로 쿵 떨어지는 것  같이 단호한 사회의 평가를 받게 됐다. 친구의 위로는 먼지처럼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의미도 없어 보였다. 

 

사전에 평판 조회를 하면서 하나같이 성실하고 열심이었던 1년 7개월 후배들의 시간을 느꼈다. 박하게 말하는 선배들이 하나도 없었다. 난 애틋한 마음에 삼겹살이라도 사주려고, 회사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식사를 하지고 했는데, 빠지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내가 상추를 가지러 간 사이에 곧 면접을 보게 될 계약직 친구들은 서서 고기를 굽고 있었다. 

 

지금 이 친구들에게는 부장이 저승사자 같을거고 이 회식 자리도 그저 면접이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고기 부페에 갔지만 식사는 30분 정도로 간단했고 서둘러 자리는 마쳐졌다. 나는 섯불리 위로하려는 시도를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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