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내가 '음주와의 전쟁 선포'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 기억하려나...
우리 부서 사람들에게 '절대로 술을 안 마실테니 권하지 말아 달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죠?
사실은 그 이후로 부서 사람들로부터 제가 보낸 메일에 대한 반응이 없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아요? '신입사원이 건방지게...',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등의 반응을 암암리에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혼자 상상하곤 했답니다.
그러던 참에 지난주 금요일에 마침내 '신입사원 환영회'라는 명목으로 부서 회식을 갖게 되었어요.
속으로 '올게 왔구나!'하면서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회식에 참석했죠.
뭐~ 제가 주인공이니 빠질 수는 없으니까...
이색적인 회식이라고 제목을 적었는데, 말 그대로 이색적인 회식이었답니다.
우리 부서(HRD)가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항상 창출하는 회사다 보니, 회식을 계획할 때마다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이 전통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떠한 회식을 준비할까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죠. 아니나 다를까 역시 우리 회식 담당자(대리)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슴다.
실내 낚시터에 가서 1시간 30분 동안 낚시를 해서 건진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떠 먹는 회식.
그러니까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약 20평 규모의 욕조에 담긴 바다 고기를 잡아 먹는 거죠.
비싼 고기 3마리 이상만 잡으면 남는 셈이죠.
15명의 우리 부서원들은 저마다 열심히 낚시에 집중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참돔 1마리, 점성어 1마리, 도다리 1마리를 잡았고 즉석에서 회를 떠서 모두가
둘러앉아 회식을 했답니다. 고기가 좀 모자라니 매운탕 먹고 나니 배가 부르더군요^^
문제는 회식을 하면서 역시 문제였던 술에 관련된 것이었어요.
이미 선전포고(?)를 해 놓았기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는데, 모두들 저를 이해하고
술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답니다. 할렐루야~
지금까지의 '신입사원 환영회'의 전통은 쓰레기통에 소주를 가득 부어서 원샷을 하는 것,
그리고 끝나고 2차로 단란주점에 가서 노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이 날의 회식은 1차에서 모두 끝났습니다. 집에 오니 밤 10시 30분이더라구요.
우리 부서에서 가장 빨리 끝난 회식이라고 다들 놀라는 눈치...
제게는 역시 술을 권하지 않으시고 '킨소주'라고 사이다를 소주잔에 부어서 같이 기분을 내는
방식으로 즐겼답니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하던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나를 이해하고 용납해 준 부서원들을 존경하게 되었구요.
회식 다음날 이러한 감사를 담은 메일을 다시 한 번 전달했고, 이렇게 앞으로의 회식에서는 술에
대해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결국 '솔직함과 소신있는 행동, 논리적인 변증'이 통한 셈입니다.
사실 다른 인사팀 내의 부서들에서는 절대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다들 술에 쩔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제가 보낸 그러한 메일은 통하지도 않구요..
또다른 제 동기 신입사원은 반복되는 음주 때문에 아침에 몇 번을 지각했답니다.
그래도 저는 매일매일 멀쩡한 정신으로 사니까 지각은 절대 없죠^^
이런 것을 비교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객관적으로 보이는 것이 그렇다는 겁니다.
기분 좋게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함께 하시는 주님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옛날 느헤미야의 기도에 아닥사스다 왕의 마음을 움직여 주셨던 하나님을 떠올리면서
밝게 빛나는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답니다.
앞으로 또 어떠한 시련을 만날 지 모르지만 그 때마다 늘 함께 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고난과 핍박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념으로 살아가렵니다.
세상은 내게 타협하며 편하게 살라고 말하지만, 우리 주님은 절대로 이런 삶을 원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죠. 저와 함께 이 길을 택하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