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2025.04.21 05:58

장례식장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례식장에 가면 시간이 너무 조금 주어진다. 

화병에 서 있던 하얀 국화꽃은 나란히  눕히고. 

나는 서서 기도하는 시간  



80년이나 되는 여정의 끝에 서 있는 손님

 그래도 초면이라 말을 더듬더듬 섞는데 

검은 옷 입고 꼿꼿하게 기다리는 상주가

오히려 저승사자 같다. 



동전이 얼마 안남은 공중전화에서처럼 

짧게 용건만 말하고 급하게 끊게되네  

 


나는 다시 하얀 비닐로 덮여진 식탁 앞에 

들고간 부조금 봉투처럼 구겨 앉아. 

홍어를 몇 점 먹다보면 

죽음은 금세 잊혀져. 



돌아가신 분은 이미 등지고 앉은채, 

나 돌아갈 때는 밀리지 않으려나. 

무얼타고 가야하나 

생각만 들어. 

친구야.

 

 

 

 

 

 


2025.04.14 09:10

군인과 휴대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국가는 왜 군인들에게 휴대폰을 쥐어줬을까. 휴대폰 지급으로 확실히 군폭력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제 성공을 자축하면 되는걸까

 

군대 안에서의 폭력을 엄격한 법집행과 규율, 군기로 다스리려 하지 않고 국가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저 쉬고 싶은 엄마가 아이의 유모차에 뽀로로로 가득찬 휴대폰을 달아둔 풍경 같아 안타깝다. 

 

이제 군대는 네트웤이 촘촘해지고 접근도 쉬워졌다. 휴대폰 하나만 들면 아들의 짬밥 메뉴와 하루일과, 배치와 주특기 등을 챙겨볼 수 있다. 

 

대신 사라진 것도 있다. 근무지의 별을 보며 생각하는 그 막막한 그리움, 급한 마음에 어두운 침낭 속에서 손으로 휘갈겨 쓴 편지. 공백 속에서 생기는 그런 문학적인 시간이 이미 지워진 것 같아 아쉽고 서운하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국립극단에서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를 봤다. 요즘은 늘상 학원 폭력물이나 이상한 쇼츠에 절어져 있었는데,  문학적으로 훌륭한 완결을 보여준 작품에 정화된 기분이다. 연극을 본 나는 여운을 느끼고 싶어 명동에서 신촌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벅찬 마음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가슴 안에서 뛰어다니고 있다. 지금 나는 접시채 내놓은 인간 낙지 탕탕이 같다. 

 

재주 많고 발랄한 여인 록산느를 사랑하는 세명의 군인이 있다.  드 기슈는 가문이 출중한 청년 장교, 시라노는 재주많고 글솜씨가 뛰어난 추남. 크리스티앙은 문학에는 젬병이지만 훤칠한 미남이다. 미남 크리스티앙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록산느, 록산느는 크리스티앙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달라 하지만 그는 제대로 된 문장을 한줄도 쓰지 못한다.

 

이 상황을 옆에서 보고 있던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편지를 써준다. 목숨을 건 전장에 가서도 계속해서 써준다. 편지에 담긴 아름다운 마음들에 완전히 빠져버린 록산느. 록산느가 사랑하는 것은 크리스티앙일까 시라노일까. 

 

세 명의 군인 모두 덜 떨어지고 허술했지만, 그들은 모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했다. 드 기슈는 권세를 이용해 록산느를 지켜주고, 시라노를 문학을 통해 그 마음을 표현했으며, 크리스티앙은 단순하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록산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마음들은 목숨을 바칠만큼 대단했다.

 

완벽한 아름다움 앞에 느껴지는 완벽한 좌절 그리고 청춘의 어리석음 같은 것이 느껴져서 보기 좋았다. 갈고 닦은 이 마음들은 오래된 책상의 윤기처럼 빛이 났다. 그리고 알려주었다 "사랑은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아"

 

나도 중학생 때는 친구를 대신해서 연애편지를 써준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학원에서 누구나 알아볼 만큼 빼어난 미모였고, 나같은 것은 어불성설 넘보지도 못할 존재였다. 나름대로 글솜씨에는 자신 있었기 때문에 친구의 한심한 러브레터를 조금 첨삭한다는 것이 나중에는 대필이 되었다. 

 

감정이입. 어느새 내 마음을 듬뿍 담아 한가득 써준 편지에 친구는 만족했고, 후에는 잘 풀리고 있다며 희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이 성공의 소식에 뿌듯하면서도 쓸쓸해지는 이상한 마음을 둘 다 감지하고는, 이후에는 청탁을 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라는 말머리 때문에 애들이 보는 연극은 아닐까 우려했는데, 나를 푸른 소년의 시절로 다시 데려와 주었다. 이 애틋한 이야기를 친한 친구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후배가 챙겨준 박준의 새 시집을 읽었다. 시인이 처음 시집을 냈을 때는 독자들을 설득하려 노력하지만, 유명세를 타고 난 뒤에는 지 엄마도 못 알아듣는 말을 써놔도 오롯이 내 탓이다. 내가 못나서 내가 부족해서 이해를 못하는 거다. 


읽은 것 중에서 반쯤 이해한 것 같다. 솔직히 삼분지일 정도 이해했다. 그래도 종종 쉬운 문장에 기가막힌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럴때면 좋은 안주 펼쳐놓고 소주 첫 잔 들이키는 우리회사 술꾼 김 국장님처럼 나도 시큼해진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2025.04.08 07:17

지적 생활의 즐거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 나이 들어서 책을 왜 읽을까. 내 몸에 지적 자양분이 축적된다고 해도 전해줄 사람이 없는데. 젊은 사람들은 나이든 사람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고, 나이든 사람들끼리는 아예 튕겨버린다. 모든 것은 인터넷에 있으니 대화가 필요없는 '안물안궁'의시대이다. 

 

운동을 다녀온 뒤 P.G 해머튼의 <지적 생활의 즐거움>을 60쪽 정도 읽었다. 이분은 1800년대 사람이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우리나라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을 때의 사람이다. 실용서로서는 값어치가 적지만 박동이 느껴지는 150년전 사람의 일기를 보는 기분은 나쁘지 않다.

 

지식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본분이라고 운을 떼신 해머튼 선생님은 공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만 할줄 알았다. 우습게도 지적 생활을 만끽하려면 먼저 운동하고 산책하고, 식사를 맛있게 하고, 건강하게 살라는 이야기부터 전한다.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 466 Next
/ 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