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2025.02.06 07:12

영춘이 형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영춘이 형

 

 

비탈길 사람들의 신발은

앞꿈치가 먼저 닳는다

 

성남시 태평동은

대학생들이 뿌듯해지고 싶어

그림을 그리러 오는 동네

 

안방의 실크 벽지에는 그릴 수 없던

편한 세상을

남의 집 담벼락에 열두 병풍 펼치고는

양반 걸음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행복한 그림이

크게 그려진 곳은

북한과 우리 동네 밖에 없을거야

 

그러니 다들 웃어

할머니의 뒷축을 닮아 갈라진 페인트와

팔락거리는 입꼬리는

주차장에서 한 가지 표정으로

일하는 누나를 닮긴 했다

 

눈 내리는 날 

버스 노선도가 바뀌고

술잔도 시멘트 언덕처럼 기울어지면

불행도 자산이 되는 시간이 온다

패자중에 패자가 승자가 되는

불운의 경주가 시작되면

 

영춘이 형은 소주를 마시기 전

숨을 한번 들이키고

무산소 잠수부처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오래 머무른다

 

PVC 배관통이 

하늘만 보는 잠망경으로 쓰인 골목은

입 냄새가 날 만큼 서로 가까웠고

 

두고 온 열쇠를 찾으러 옥상을 뛰어넘다

핀볼 게임의 쇠구슬처럼

부딪히다 빠져버린

영춘이 형은

 

이제 평지를 걸을 때도

계단을 걷는 것처럼 한다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 456 Next
/ 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