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충분히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하는 원망에는 이길 방도가 없다. 상대방은 늘 죄인이다. 대답하기가 고단할 때, 더이상 둘러댈 변명을 찾기가 면구스러울 때. 맞아. 나는 너를. 그만큼만 사랑해. 동독의 구치소에서 일하는 타이피스트처럼 아주 차갑게 한자 한자 눌러 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산통을 깨버리고, 밥상을 뒤엎고 싶다. 그릇들이 둥글게 회전하다 멈추는 모습을 보며, 지구가 멈추고, 우리의 사랑도 흩어진 밥풀처럼 엉망이 되게 만들고 싶다.